7. 거친 파도 속으로 - 스타트업 생활(1)

by 밥반찬 다이어리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사업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건 일이었다.

"나 일할 데 없냐? 나처럼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 찾기 쉽지 않으니 얼른 좀 알아봐."


동생은 우선 이력서부터 작성하라고 했다.

난 실로 오랜만에 이력서를 작성했고, 그러면서 길었던 직장생활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참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았네.

커리어를 쭉 내려 적고 보니 뭔가 찡하면서도 약간의 설움같은 게 복받쳤다.

직장 커리어, 20여년동안 쌓은 이력을 글로 마주하니 무척 생소하기도 하고,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다보니 정말로 쉼없이 내달려왔다는 걸 두 눈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20여년의 직장생활이 비록 단 몇줄로 축약되서 정리되었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 그 시절 치열하게 일하며 지냈던 광경들이 살아서 움직이듯 생생하게 펼쳐졌다.


난 어느 정도의 형식과 과정을 거쳐 이력서를 제출했고, 동생네 회사에서 경험삼아 일을 도와주며 그쪽 업계 일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내심 쉬는 기간이 길어지는게 두려웠던지 동생에게 계속 출근일자를 재촉하며 압박했다.


동생은 자기네 회사에서 일 배우면서 누나가 할 일에 대해 인큐베이팅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면서 설날이 지나고 바로 출근하면 되겠다고 했다.

오랜 회사생활로 인한 습관 탓에 나는 연말에 다시 한번 출근일자에 대해 재확인을 했는데,

"누나 책상이 없어"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게 꼭 "짤리는" 느낌처럼 공포스럽게 와닿았다.

동생은 책상 주문을 했으니 배송되면 출근하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켰고, 나는 몇일 더 원치 않았던 휴가를 받게 되었다.

그만큼 오래 일했으면 쉬고 싶을 법도 한데, 이렇게 못 쉬는 것도 병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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