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더뒤아다. 얼죽아 열풍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나도 올해 초까지는 그런 얼죽아였다. 아니, 얼뒤아였다. 정말 한겨울에도 얼어 뒤져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얼음을 아작아작 씹어 먹어야 제 맛이다 라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내 경우에는 지극히 청량감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한국 음식은 유난히 염분이 많은 편이다. 그 염분끼는 물이 아닌 분명 다른 무엇을 부른다.
그 중에서 가장 세척감이 좋은 맛을 주는 것이 아메리카노 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그 무시무시한 냉철함으로 입안을 뒤흔들고 가니, 가히 가글 수준이다.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오만과 편견이었다. 솔직히 남겨진 입안의 여운에게 물었다. 너 정말 흡족하냐고. 촉촉하냐고. 입이 말한다. 아니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오히려 더 메마름이 남아요 주인님.
차가운 것이 입의 표면을 스치고 지나가며 순간 촉촉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입의 심층까지 꿰뚫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소위 시중에 브랜드 라고 할 수 있는 커피숍에서 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들은 한결같이 그 특유의 시큼한 맛이 있는데, 차가울수록 지나치게 선명해져서 그 맛이 그리 달갑지 않다. 솔직히 뭔 맛으로 먹나 싶을 지경이다.
그래서 최근에 얼뒤아에서 더뒤아(더워 뒤져도 뜨거운 아메리카노) 환승을 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그 냉정함이 그리웠다. 당장이라도 카운터에 가서 죄송한데 추금 드릴테니 아이스로 바꿔주실 수 있나요 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고작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내 입은 그 열정에 반해버렸다. 오히려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살짝 식으면 훨씬 더 입 안에 쫙 붙으면서 청량감이 전체로 퍼지고, 입 안에 곳곳에 흡수가 되면서 완벽한 촉촉함을 선사해준다. 아울러, 아아는 그냥 후루룩 마셔 버리니 여운이라는 것이 남을 리가 만무한데, 뜨아는 천천히 마시게 되니 그 풍미와 여운 두 마리 토끼가 입안에서 다 뛰논다.
오늘도 나는 35도의 타는 듯한 날씨에, 나는 듯한 시원한 카페에서, 산뜻한 뜨아를 마셨다. 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