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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싸부 Jan 21. 2024

아시안 컵 우승을 응원할 수 없는 이유 -

대한민국 vs 요르단 관전평


바레인전 때 지적한 문제가 정확하게 나왔다. ‘이강인을 맨투맨 마킹을 붙여서 틀어막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올 것이 뻔한 문제였음에도 클린스만은 아무런 대책도 세워놓지 않았다.


이강인은 그동안 경기를 하면서 이렇게 집요한 맨마킹을 당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 부분에서 전술적인 대책이 있었다면? 예상을 하고, 어떻게 하면 이 맨마킹 속에서 대처할지에 대한 디테일한 전술적인 움직임을 이강인에게 미리 지시해놓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맨마킹 당하는 걸 역이용해서 전반에는 계속해서 간결하게 내어주고 원터치로 돌리는 플레이를 해라던가, 황인범, 이재성 같은 활동량 많은 미드필더가 있으니 그들이 이강인 옆에서 호위무사처럼 뛰면서 강인이 활로를 열어주라고 하든지 말이다.


어떤 지시도 없었다는 걸 어떻게 아냐고? 이강인은 그동안 하던 대로 자신의 개인 능력치를 믿고 축구를 했고, 그게 맨마킹에 막히고 잘 풀리지 않으니까 흥분해 버렸다. 상대가 원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상대방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강인의 멘탈을 건드리는 작은 행동들을 했고, 그것들까지 다 먹히고야 말았다. 예상을 통한 솔루션이 있었다면 이런 모습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클린스만이 대처 방법까지는 구상하지 못했어도 - 사실 이런 전제가 말이 안 된다. 지독하게 무능하다는 말이다. 문제가 뻔한 시험을 보는데 그걸 감독이 대처를 안 해놓았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 이강인이 이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면 적어도 전반전이 끝나고 나서 락커룸에서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강인아!’라고 하면서 다그쳤어야 한다. 이성을 찾도록 도와주고, 앞서 말한 움직임들을 지시해서 후반에는 달라진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결국 똑같았다.


결국 그동안의 클린스만 호의 축구는 ‘이강인이 공을 잘 잡고 제 실력을 발휘하게 하면 게임이 풀린다’의 공식밖에 없었다. 그러면 상대방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 ‘이강인만 잘 막으면 대한민국은 게임을 쉽게 풀어내지 못한다’라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그 결괏값이 확인된 경기였다. 그동안 이강인은 너무 잘하기만 했다가 이렇게 안되고 안 풀리는 경기를 경험했으니 답답하고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오늘의 경기는 이강인을 매섭게 성장시킬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에 우리나라는 이른 시간에 페널티킥을 얻었고, 그걸 손흥민이 파넨카 킥으로 끝내주게 처리했다. 그 후에 무리한 전방 압박도 하지 않고 라인을 잘 지키면서 경기를 이끌고 나갔다. 골을 먹은 것은 크로스가 매우 좋아서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그래 봤자 1:1 원점인데, 그 후에 계속 흥분된 모습으로 경기를 임하며 이끌고 가지 못하는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골을 먹었을 때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나는 정말 답답한 게 왜 클린스만은 왜 그렇게 말이 없는가? 경기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여러 유명한 리그들 중계를 보다 보면 항상 감독을 온갖 몸짓을 구사하며 소리를 치며 계속 지시한다. 본인이 지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코칭스태프를 불러서 이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요청하고 떠민다. 그만큼 축구는 치열한 수 싸움이 현장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근데 그런 전쟁터에서 클린스만은 아무런 말이 없는가? 이 감독은 무능하다. 전술적으로 무지하다. 지난번 글에 쓴 것처럼 그저 ‘덕장’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덕장으로 선수들을 잘 격려해서 이끌고 쓸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요르단처럼 우리나라와 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잘 준비된, 촘촘한 수를 가지고 오면, 선수빨로는 결코 극복이 안 된다는 것이다. 라인업만 보면 우리나라가 당연히 요르단 보다 막강하다. 하지만 오늘 봐서 알겠지만 축구는 선수빨로 이기는데는 지극히 한계가 있다. 전술빨 속에서 선수빨이 빛나는 것인데 ... 이 멤버를 가지고 이런 경기를 한다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요르단은 정말 잘 준비한 축구를 보여줬다. 이강인을 맨마킹한 선수도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알고 120%를 해냈다. 인상적인 장면은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하두 경기가 안 풀려서 전반 후반쯤에 왼쪽으로 순간적으로 자리를 옮겨버렸는데, 그 선수는 자신의 자리를 빠르게 이탈해서 이강인에게 붙어서 결국 공을 뺐었다. 얼마나 전술적인 움직임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알 트리오는 끝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별히 10번 알 타마리는 매 순간에 감탄을 하게 만드는 똑똑한 공격수였다. 김민재를 상대로 감히 뚫어내지는 못할망정 뺏기지는 않는 굉장히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침대축구도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는지 딱히 반박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았고, 파울도 적당한 지역에서 잘 사용해서 경기의 맥을 딱딱 끊어버리는지, 배울 점이 너무나 많은 축구를 구사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경기를 비기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근데 스만이형아, 생각이 있으면 2:2로 비기고 있으면, 어차피 말레이시아 전은 방심하면 안 되겠지만 거의 이긴다고 보는 경기인데, 왜 골을 더 넣어서 경기를 이겨야 된다는 듯이 놔두니? 이건 토너먼트잖아. 그러면 지금 카드가 누적되어 있는, 손흥민, 김민재에게 적절한 파울을 하도록 해서 카드를 털어버리게 했어야지. 참고로 지금 예선 때 누적된 엘로우 카드는 한 번 더 카드를 받아서 누적으로 다음 경기 출전 안 하는 것으로 털어내지 않으면 8강까지 간다.


즉, 오늘 김민재, 손흥민, 그리고 다른 주전 선수들이 카드를 하나 더 누적으로 받아서 다음 말레이시아 전에 나오지 못해도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어차피 크니 그렇게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만약에 운이 안 좋아서 말레이시아 전에서 김민재나 손흥민이 엘로우 카드를 받는다? 한일전에 못 나온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감독인데 이런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입 꾹 닫고 황인범이 골 넣었다고 좋아하고, 비겼다고 좋아하고, 꼴 뵈기가 싫다 그냥.


이런 질문으로 글을 마치고 싶다. 과연 이 클린스만 호로 아시안 컵 우승을 하는 것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16강에서 일본, 아니면 누구든 만나가지고 처참하게 발려서 크리스만이 경질되는 것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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