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해준 Jan 17. 2024

람다스의 고잉 홈 - 데렉 펙

이 삶의 마지막 발걸음

미국의 명상가 람 다스의 말년의 삶의 모습을 담은,

짧지만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이다.




“We are souls.

As souls, we are not under time or space.

We are infinite.” 




영혼에 관한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조금은 거친 목소리로 불규칙하게 이어지는 말소리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긴 정적 때문인지, 삶에서 영원한 것을 좇아온 영혼의 궤적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울림으로 영화를 연다.


그의 독백은 의미를 이해하기보다 음악처럼 들어야 한다. 

그의 숨소리를, 정적을, 기쁨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어지는 ‘옴~~’ 만트라 챈팅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 물결, 깃발, 새들...




 “나는 바다가 좋아요.

바다가 흘러가는 곳을 생각해 보면 사방으로 갑니다.

이곳에는 무역풍이 불어요.

이 시원한 바람의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들려옵니다.

자연은 제 친구예요.” 



자신의 삶을 ‘권력과 사랑 간의 춤’이라고 얘기한 람 다스. 

그는 권력에 탐닉하던 하버드대 시절 약물에 빠져 황홀경을 맛보지만, 약물 논쟁으로 인해 스탠포드대 교수직을 박탈당한다.



그 뒤 인도로 건너가 만난 님 까롤리 바바를 통해 영원한 사랑을 알게 되고, 자신이 경험한 명상의 아름다움을 대중에 전한다.

이 다큐는 그가 97년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뒤, 언어 장애와 신체 마비를 겪고 있던 하와이에서의 삶의 기록이다.



“뇌졸중으로 첼로도 연주하기 힘들어졌고, 골프 치기도 쉽지 않아요.

저는 이 안에 갇혀 있어요.”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육신.

그를 일으켜 전동기기에 앉히고 바다로 이동시키는 것, 물 위의 튜브에 앉히는 것 모두 다른 이들의 몫이다.




“뇌졸중으로 저는 더욱 내면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게 훨씬 더 정말 멋지더군요.

하하하하하하하

뇌졸중에 걸리시라고 기도하진 않겠지만, 뇌졸중이 주는 은총을 아셨으면 해요.”




울리는 '시타 람~' 만트라 챈팅과 가슴을 후벼 파는 하모늄(오르간) 소리

 https://youtu.be/KipzdSUz8lk?si=EXNeI82ynIVbm7p9




“구루는 신에게로 향하는 길이자 의식을 향한 길이에요.

마하라지(님 까롤리 바바)와 함께 앉아 있으면 시간이 멈춥니다.

마치 순간이 확장된 것처럼요.

그분은 영원 속에 사셨습니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자연의 소리




“투영이 없다면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애 역시 꿈에 불과합니다.

생애는 또 다른 생애가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즐겁게 즐겁게 즐겁게, 즐겁게 즐겁게 즐겁게.”


“죽음은 하나의 변화입니다.

그저 또 다른 것으로의.

영혼과 동일시하셨다면 죽음은 편한 일입니다.

영혼의 흐름은 탄생과 죽음의 반복입니다.

죽음은 고향으로 향하는 또 다른 발걸음이죠.”

 


글을 쓰는 도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버지가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한다고.

몇 년 전부터 손을 떨고 다리에도 마비가 있던 아버지가 최근 걷는 것이 더 힘들어져 병원에 가보니, 척수액이 누출되었다고 한다.

떨리는 가슴으로 전화를 끊고는, 내가 마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


람 다스와 아버지.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겪는 육신의 한 현상이다.

그 안에서 의식을 향한 내면의 눈을 뜰지, 고통스러운 육신에 초점을 둘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노쇠해지는 아버지의 육신을 바라보는 마음은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영원한 영혼의 여행 속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되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살았습니다.

삶들을 통해 여행을 하죠.

이 삶에서 뭘 배우셨나요?

많은 기쁨, 많은 기쁨이죠.

영혼 속에 있을 때 뭔가를 깊이 좋아하게 되면,

그것이 점점 섞여 좋아하는 그것과 하나가 됩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고향을 향해 가는 나직한 읊조림




“우리 모두는 서로를 집으로 바래다줍니다.”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끝이 아닌 끝




덧붙이는 말)


2019년 12월 22일, 람 다스는 하와이의 저택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의 또 다른 여정이 신에게 더욱 가까이 이르는 길이 되기를...


작가의 이전글 신의 아이들 - 이승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