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터널이 아닌 내 발로 걷고 있는 터널은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내게 있어 육아는 어쩌면 끝이 없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답답하지도 않고 불안하거나 불편한 감정도 크게 찾아오지 않는다.
왜 일까?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불안과 걱정들이 일상처럼 늘 함께였는데 짧다면 짧은 시간 안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기에 이러한 상태가 되었나 스스로도 매일 질문을 던진다. 앞선 나의 글 '엄마라는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기'를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조금은 이해가 빠를 수 있겠지만 무슨 상황, 어떤 시간을 살았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하나 궁금하시다면 나의 이전 글 한편을 봐주셔도 좋을 것 같다.
늦깎이 초보 육아맘이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역경은 다 겪고, 다양한 감정상태에 놓여 그 감정들에 사로잡혀 헤맸던 지난 시간들에 대해 캄캄한 터널에 갇힌 것 같다는 표현을 했었다. 빠져나가고 싶지만 방향이 보이지 않았고 겨우 빛줄기가 보이는 듯했으나 끝이 없어 보이는 듯한 상태였던 지난날! 지금 이러한 기분으로 하루를 살고 계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단호히 말하고 싶다.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이겨내셔야 합니다."라고...,
이미 지쳐있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기에 그게 가능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본 나로서는 너무 잘 안다. 그러나 그저 지나가 주길 바라고 넋 놓은 채 나마저 놔버린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고 꼭 전하고 싶다. 충분히 달라질 수 있으니 아이를 위한 행동은 조금 내려놓더라도 자신의 건강, 기분, 만족감, 성취감을 위해 힘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난 왜 이럴까? 자책감이 든다면 더더욱 움직여야 하고, 조금 부족한 듯 보여서 질책이 된다면 그전에 자신을 위한 위로를 먼저 건네야 한다.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며 나의 모든 시간을 쏟았던 그 노력에 칭찬을 해주고 나는 대충 먹어도 아이의 수유시간은 철저히 지켰던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내가 왜 이렇게 힘이 든 걸까? 우울해서 눈물이 흐르는데 왜 우는지 이유를 찾지 못해 더 답답한 상황이 찾아온 적도 많았고, 누구나 하는 육아가 나는 왜 이리도 고단하게 느껴질까 나조차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시간을 겪으며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찾은 답은 자존감 회복이었다.
내가 무너져 있는 상태로는 그 누구에게도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는데 그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믿었던 지난 시간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출산을 하고 약해진 체력과 건강을 챙기지 않고, 이제 막 세상에 나와 내 손길만을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부으며 나를 외면한 것이 잘못이었다. 아껴줘야 할 시기인 것은 사랑스러운 아이나 내가 다를 바 없었는데 말이다. 몸이 크게 변화되는 시간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리상태 마저 자연의 섭리로 들쭉날쭉 오락가락하는 것이 당연한 시기인데도 그저 자신만만 과신하며 나를 갈아 넣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 시절 내게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더라면 나는 덜 힘들게 터널을 걸을 수 있었을거라 믿는다. 지금 이 같은 이야기가 힘이 될 수 있는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내가 겪은 어려움을 덜 겪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