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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Dec 14. 2020

오키나와에서 공부를 했다고요?

OIST (오키나와 과학 기술 대학원 대학) 이야기

“오키나와에서 공부를 했다고요?”




오키나와로 유학을 가다.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중, 도쿄 출신의 일본인 지도교수님께서 오키나와로 이직을 하셨다.

하고 있던 공부를 마무리하고자 오키나와로 교수님을 따라오게 되었고,

그 결과 유학의 목적지로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오키나와에서 박사과정의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로봇, 인공지능 그리고 오키나와..?

나도 처음에는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름도 생소했던 오이스트 (OIST[1].


'KAIST, UNIST, DGIST처럼 -IST로 끝나는 대학 같은 건가?'


궁금증을 가지고 이것저것 OIST에 대해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생긴 지 10년도 채 안된 곳이고, 그래서 아직 박사과정 졸업자들도 거의 없었다. 오키나와에서 새로 연구실을 셋업 하는 일까지 많을 텐데.. 그래서 처음에는 여기서 박사과정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1] OIST의 정식 명칭은 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Graduate University (沖縄科学技術大学院大学,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이다. 줄여서 대학원대학 (Daigakuin Daigaku)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학사과정은 없고 박사과정만 있는 학교 및 연구기관이다.

홈페이지: https://www.oist.jp




"일본인 손에 끌려 오키나와로 가는 거야?"

한국에 남은 친구들과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나누며 작별 인사를 했다.


'박사과정 말년에 새로운 시작이라니..'

걱정과 설렘,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솔직히 약간의 화를 안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일본으로 떠났다.



58번 국도에서 보이는 OIST 로고



유학과 여행, 두 마리 토끼 잡기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구나.'

내가 했던 걱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키나와의 뜨거운 햇볕 아래 눈 녹듯 사라졌다. 


OIST의 우수한 연구 시설과 스태프들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한국에서 하던 공부를 문제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OIST의 빵빵한 곳간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교칙으로 보장된 한 달 생활비뿐 아니라 등록금, 기숙사, 집세, 심지어 주유비와 노트북 등 정말 다양한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2]. 심지어 나는 정식 입학생이 아니라, 교환학생과 비슷한 분류였는데도 학교에서 차별 없이 지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당연히, 연구를 위한 지원도 정말 좋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자들도 OIST에서 강의와 세미나, Summer School 등 다양한 경로로 만날 수 있었다 [3]. 가족에 대한 지원도 좋아서 경희도 영어와 일본어 강좌 등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었다. 


[2] 대학원생에게 지급되는 돈이 (교수님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연구실 예산이 아니라 학교 예산이었다. 그만큼 더 풍부했고, 더 자유로웠다.

[3] 한 번은 학교 복도에 예쁜 아기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며 서 있었다. 그때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더니 자기도 이 사진을 제일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잠시 나눴는데, 알고 보니 그 아저씨는 2001년 노벨상 수상자였다. 




우리 연구실 사람들. (Photo by Takazumi, 이미지 출처: https://groups.oist.jp/cnru/members)



OIST의 다양성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OIST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 [4]을 만났다. 우리 연구실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이란인, 인도인, 독일인, 프랑스인 등 세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기숙사에서 처음 만난 내 룸메이트들은 생물학을 전공하는 영국인과 태국인이었고, 그들을 통해 만난 또 다른 OIST 사람들은 내가 이때까지 만난 사람들과 너무나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OIST에서는 이렇게 바닷속 산호만큼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람들이 잘 어우러졌다.


[4] OIST사람들을 오이스터( oyster(X) oister(O) )라고 부르기도 한다.




(왼쪽) 입구에서 센터빌딩으로 이어지는 복도  (오른쪽) OIST Science Festival에서 선보인 로봇.




그리고 무엇보다도 OIST에서는 말도 안 나올 만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OIST는 호텔들이 몰려있는 온나 (Onna)의 작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학교를 걷다 보면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와 하늘이 툭하고 튀어나온다. 심지어 연구실 옆 휴게실에서도. 가끔은 논문을 들고 바다가 보이는 휴게실로 나와서, 논문과 바다를 번갈아 보기도 했다.



이렇게 멋진 OIST에서 주중엔 열심히 연구를 하고, 주말에는 경희와 함께 오키나와를 조금은 느긋하게 둘러보며 긴 신혼여행을 보낼 수 있었다. OIST라는 든든한 뒷받침이 없었더라면 쉽지 않았을 오키나와 유학, 그리고. 신혼여행 [5]어떻게 보면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할 수 있는 박사과정의 말년을, OIST의 편안한 연구환경으로 너무나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5] OIST 학생증은 학교 밖에서도 실제로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쿠버 다이빙 50% 할인을 포함해, 레스토랑, 스포츠용품샵 등 여기저기서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OIST 학생 혜택은 입국심사장에서도 있었다. 유학비자가 있는데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인 입국자가 의심스러울 법도 하지만, "OIST에서 공부해요"라고 일본어로 더듬거리며 말하면 언제나 PASS. 종종 "대단하네요"라는 칭찬도 덤으로 곁들여졌다.




연구실 바로 옆 휴게실에서 보이는 풍경. 누군가는 저 멀리 바다에 있는 고래도 봤다고 했다. 물론 고래가 크긴 하지만, 여전히 믿을 순 없다.

 


오키나와 흔한 ‘기숙사’ 뷰. 넓은 거실에 놓인 소파는 티비가 아니라 탁 트인 창으로 향해있다. 커튼을 열면 파란 바다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바닷바람이 거실로 불어 들어왔다

 



OIST 카페 가는 법


오키나와의 흔한 ‘학식’ 뷰

OIST의 센터 빌딩 3층에 있는 카페는 관광객에게도 열려 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과 연구원들이 많은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로 일본어 관광 서적에 소개되기도 한다. 메인 빌딩 1층 입구에서 방문 확인을 받고 긴 복도를 따라간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가면 된다. 멋진 오키나와 바다를 보며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Graduate University (OIST)

>> 주소: 1919-1 Tancha, Onna, Kunigami 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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