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러 종종 들르는 생태공원이 있다. 공원 안의 양지바른 곳엔 큰 호수가 있다. 그곳엔 금실 좋은 거위 부부 한 쌍이 산다. 축구장보다도 훨씬 넓은 커다란 호수이지만, 거위 부부는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도 1m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여유롭게 유영한다. 거위 부부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모습과 먹이를 찾는 모습, 그럴 때마다 거위 엉덩이 주변으로 잔잔한 파동이 이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공원에 가면 먼저 거위 부부의 안식을 확인하러 호수로 향한다.
오늘도 거위 부부가 물에 고개를 박은채 엉덩이만 쑥 띄우고 먹이 활동을 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곽곽곽’ 소리가 났다. 거위가 내는 소리는 아닌 듯했다. 거위 부부가 그 소리에 응답하듯 이어서 목청껏 꽈악 꽈악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산속에 있는 공원이라 거위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거위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호수의 물살을 힘차게 차고 헤엄쳤다. 잔잔했던 호수 전체에 큰 파동이 일렁였다.
거위 부부가 향하는 곳엔 초로의 부부가 걸어오고 있었다. 빨간 등산복을 입은 부인의 손에는 간식이 들은 듯한 비닐봉지가 들려있었고, 그의 남편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오며 입으론 ‘곽곽’ 소리를 내었다. 그간 길에서 만난 동물에게 손주 대하듯 “아이구~ 예뻐라. 얼른 먹어봐! 맛있어? 아이구~” 하며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는 이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나 무미건조한 표정과 몸짓으로 동물과 대화하는 아저씨는 처음이었다.
곽곽(아빠 왔다)
꽉! (아빠다!)
곽(잘 지냈어?)
꽉꽉! (아빠다! 아빠다!)
곽곽곽(밥 먹자)
그들은 꼭 이런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저 건조하면서도 규칙적인 곽곽곽 소리. 아저씨는 곽곽곽 소리를 한 두 번 내어본 게 아닌 듯했다. 곽곽 소리를 주고받는 아저씨와 거위들을 보며, 그 소리가 익숙하다는 듯 몸에 익은듯한 능숙함으로 거위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그의 아내를 보며, 거위 부부와 곽 씨 부부가 그간 튼튼하게 쌓아온 듯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곽곽곽 한 마디면 거위들이 자신에게 한 걸음에 달려올 정도로 정을 쌓기까지, 아저씨가 했을 어떤 노력을 떠올려봤다.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에 거위 부부를 찾아오는 것, 거위들에게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라는 선한 눈빛을 보내는 것, 거위 부부에게 겨울 살이의 양분이 될 먹이 역시 잊지 않는 것. 이런 것을 생각하니, 무미건조한 곽 씨 아저씨가 너무도 귀엽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호수 반대편에 있는 두 쌍의 부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발을 돌려 산책을 이어나갔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21일 차 _ 거위 부부와 곽 씨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