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영 Apr 14. 2021

전 탄산을 안 먹어요

라는 말에 벽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으레 나눠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이 있다. 고기를 배불리 먹은 뒤 후식으로 고기 불판에서 남은 고기와 김치, 김가루, 참기름을 마구 섞은 볶음밥과 홀수끼리 먹을 때면 남은 한 조각을 두고 “네가 먹어라, 난 배부르다.”, “아니다, 이걸 세 조각으로 나눠보자.” 하고 눈치 싸움하게 되는 피자, 숟가락을 입에 붙이고 요란스럽게 호호 불은 후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입 안에서 식혀 먹는 양푼 김치찌개 같은 것들.


꼭 이런 음식이 아니더라도 대게 음식이란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면 더 맛있어는 법이지만, 꼭 나눠 먹거나 동시에 먹어야 맛있는 게 있다. 누군가 시원하게 동조하지 않으면 김이 팍 새 버리는 것. 바로 ‘탄산’이다.




왠지 콜라와 사이다만큼은 혼자 마실 때 제 맛이 안 사는 느낌이다. 사람들과 동그랗게 모여 앉아 타들어가는 듯한 목을 잡고 제 허벅지를 찰싹 때려가며 “크하~” 하고 돌림노래처럼 표효할 때가 가장 맛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참 탄산을 좋아한다. 내 주변에도 역시 탄산 싫어하는 사람이 드물다. 탄산음료 2잔이 들어간 세트 메뉴를 보곤 “같은 값이면 음료 두 잔이 들어가 있는 세트가 낫지 않냐”묻는 사람 앞에서 난 고민한다. 퍽퍽한 음식을 먹다가 턱턱 막힌 목을 잡고 “으- 사이다 좀 시킬까?” 하는 사람 앞에서 난 고민한다. 난 탄산을 안 먹기 때문이다. 아니 못 먹기 때문이다.



탄산도 시킬까요? 사이다? 아니면 콜라?


전 괜찮아요. 탄산을 잘 안 먹어서요.


..? 탄산을요? 왜요?



나라고 모를까? 타닥타닥 목구멍을 따갑게 괴롭히며 온몸에 청량감을 주는 그 맛을, 내 식도의 길이를 새삼 느끼게 하는 그 따가운 감각을 변태처럼 감미하며 “크하~” 하고 내뱉을 때의 희열감을, 눈물이 핑 돌 때의 카타르시스를. 차돌 된장찌개 백반도 탄산과 함께 넘기던 나인걸.


내가 “전 괜찮아요.라고 하면 간혹 어떤 상대는 “, 그래요? 그럼  마실게요.” 하는 반면, 대부분의 경우 그럼 본인도  먹겠다며 잠시 들떴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이 느꼈을 심정을  많이 과장하자면 차단당한 느낌,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한테 인스타 언팔당한 느낌이지 않을까 혼자 생각한다.


위장병엔 매운맛보다도 더 치명적인 게 바로 단맛, 짠맛이다. 맵단짠을 빼고 한국 음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만, 내게 설탕은 달콤한 행복이 아니라 기필코 피해야만 하는 존재다.


이전에 ‘콜라를 끓이면 무엇이 남을까?’가 화두에 오르면서 너도나도 집에서 실험을 하는 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실험 결과 콜라 한 캔에는 10 티스푼 분량의 설탕이 들어있으며, 세계 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하루 섭취 설탕량은 5 티스푼이라 알려졌다. 사람들에게 적잖이 충격을 준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에 충격을 받고서도 콜라, 사이다, 데미소다, 체리콕을 즐기던 나도 위가 고장 난 후엔 단번에 탄산음료를 끊었다. 그 이후 아주 간혹 탄산을 마실 때마다 너무 달아서 인상을 쓰게 된다. 설탕 덩어리라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탄산을 들이켜며 캬~ 크하~ 하고 표효하는 사람들 틈에서 난 미지근한 생수로 막힌 목을 천천히 달래 왔다. 그러다 보니 갈증 해소엔 미지근한 물 만한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젠 물 마시듯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 곁에서 ‘역시 음료랑 물은 다르다’며, ‘음료는 물이 될 수 없다’며, ‘모름지기 물을 많이 마셔서 몸에 나쁠 것 없다’며 잔소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누군가 “탄산 시킬까요?”라는 말에 굳이 ‘난 탄산 안 먹는다’는 말로 김을 새게 하진 않는다. 일단 “좋아요”로 응수하길 선택했다. “전 아주 조금만 마실게요.” 하고, 상대의 속도에 맞춰 첫 모금 정도는 함께한다. 나 역시 크하~ 하고 시원한 척 표효한다. 물론, 난 위장에 흘러 내려갈 것도 없을 정도의 아주 적은 양으로 혀만 축인다.



P.S 요즘 저는 탄산 대신 차 맛을 알게 되었어요. 다음 글에선 ‘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게요 :)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45일 차 _ 전 탄산을 안 먹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지, 술맛을 알아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