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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Jun 14. 2021

고향

‘고향’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부터 찾아봤다. 1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 2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3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이렇게 세 가지 뜻이 있다.


나는 경기도 가평군 현리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근무지였다. 관사에서 산파 할머니의 도움으로 태어났다고 하니 꽤나 외진 지역이었던 모양이다. 젖먹이 때 좀 살았다고 하는데 기억은 없고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나의 고향은 가평일까?


조상들은 경북 영덕군 송천리라는 마을에 대대로 살아오셨다. 지금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 쌍괴당이 지어진 시기가 1700년 경이니까 300년도  더 된 세월이다. 취학 전 까지는 이곳에서 살며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배웠던 기억도 있고, 지금까지 모든 설날과 추석 명절을 이 곳에서 지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영덕이 나의 고향일까?


가난한 도시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부모님을 따라 울산, 인천, 광명, 등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광명시 철산동에서 1년 남짓 살았었는데, 유독 그 당시 주공아파트 단지의 풍경과 친구들과의 추억이 그리움 속에 오래 남아 있다. 이때의 인연 덕인지 먼 훗날 광명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좀 하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철산동 상업지구의 작은 광장을 엄마 품 삼아 술을(?) 마시곤 한다. 그립고 정든 곳 광명이 나의 고향일까?


초중고등학교 졸업을 비롯해 27년을 살았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앞으로 남은 인생을 보내게  세종시 해밀동 역시 나에게  의미가 있는 고향같은 동네다. 나는 대외적으로 ‘서울 출신의 세종 거주자 규정된다.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리고 거주 이전이 옛날보다 쉬워지면서 전통적 의미의 고향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지방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의 경우 대학교 입학부터는 수도권으로 에서 살다가 그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생지=출신지=고향’의 등식의 깨진 지는 이미 오래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고향사랑 기부제라는 법률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고향이나 후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를 장려하는 법률이다. 상당 금액을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액 공제 혜택과 함께 해당 지자체서는 지역 특산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정책이고 2017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방의 재정적 후원과 지역균형발전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발의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취지이긴 하지만, 실행에 앞서 농어촌 등 ‘고향’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지역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크게는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구제와의 일치화를 생각할 수 있고, 작게는 각 지역마다 재정여건 개선을 위한 혁신의 모습이 먼저 보일 때 고향사랑 기부제에 호응하는 ‘출향민’도 늘어날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을 위해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지만,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는 것은 아닌지, 그 감성적 기반마저 지금은 많이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검토해볼 일이다.


그나저나 고향사랑 기부제가 시행되면 나는 어디에 기부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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