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를 만난 수요일
눈이 한소끔 쏟아지면
가야지 자작나무숲으로
만나야지 수줍어 말고
뽀얀 속살같은 수피가 설레어
차마 다가서지 못한 채
자작자작 발갛게 귓볼만 타올랐지
강원도 인제 어디를 가면
자작자작 모여 산다지
한 산 가득히
눈보다 더 눈부신 발목을 묻고 있을
너를 가서 안고
말해야지 보고 싶었다고
자작자작 쌓인 눈을 밟아
가야지 자작나무숲으로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