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 시사회를 다녀와서
주인공들은 영화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쫓고 쫓긴다. 쫓기는 자들의 모습에서 채무자를 떠올린다. 감독인 최승호 PD를 비롯한 기자와 아나운서들을 방송국에서 쫓아낸 것에 대한 채무. 권력자의 입맛대로 방송국을 장악하고 통제한 일에 대한 채무. 시청자인 시민들을 우롱하고 현혹한 채무. 기자와 카메라를 피해 계단참이든 길바닥이든 승용차 안이든 어디론가 도망치고 숨는다. 그들의 얼굴엔 빚을 진 자들의 두려움과 공포감이 역력하다.
쫓는 자들 또한 집요하다. 공범자들이 나타날만한 곳이면 어디든 잠복한다. 잠복한 채로 몇 시간이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쫓는 자들의 목적은 인터뷰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십중팔구는 인터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몸싸움을 하다시피 카메라를 들이대고 묻고 따지고 또 묻는다. 질문의 요지는 단순하다.
"그때 왜 그랬나요"
세월호의 승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는 왜 냈는가. 방송국에 경찰 투입을 누가 지시했나.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을 스케이트장으로 발령 낸 건 누구인가...
이명박 등 권력자를 향한 돌직구 질문과 줄행랑치는 과거의 방송사 사장들의 모습에서 관객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영화는 인터뷰보다는 그저 쫓고 쫓기는 모습을 비추는 일이 목적인 듯 보이기도 한다. '기레기'로 대변되는 기자들의 행태와 언론에 분노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기자들은 언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다.
자기 회사 내에서 자신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방송사 사장을 향해 '물러나라'라고 홀로 외친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홀로 외치고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했던 PD 역시 무섭고 두려웠음이 분명하다. 그는 최승호 PD의 카메라 앞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는다. 권력으로부터 쫓겨난 언론인들은 암과 투병하거나 허드렛일을 하거나 독립언론사에서 일하며 힘겨운 싸움을 계속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되뇐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영화 '공범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 년 동안 싸우고 다치고 배제되고 상처 입은 피해자들과 반대편 가해자들의 이야기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언론 권력은 미동도 않은 채 썩어가고 있다. 다시 MBC본부가 파업을 시작했다. 시사인은 삼성의 장충기와 언론사 간부들 간의 내밀한 문자를 특종 보도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 언급되지 않은 채 묻히고 있다. 검찰 국정원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 언론. 언론 개혁은 영화 '공범자들'을 후원하고 관람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