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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릇 Nov 21. 2022

고등어구이 리스펙트

생선구이 전문점의 맛

직장인 점심시간 흔한 질문 

뭐 먹지? 

석촌호수 건너편 맛집 가실래요?

너무 멀어 빨리 먹고 와서 회의 준비해야지.


네!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에 갔다. 이곳은 메뉴가 매일 바뀐다. 직원 할인받아도 고등어구이 정식이 14,000원이다. 생선은 노릇하고 바싹하게 구워야 제맛이다. 그런데 정해진 공식에 따라 나온 고등어는 비린내가 났다. 끼니를 때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 만들었어도 같은 맛일 것으로 생각한다. 

제대로 된 고등어구이를 먹어야겠다.


열심히 맛집을 검색하여 석촌호수 건너편 생선구이 전문점을 찾았다.

맛있는 고등어구이 어때요? 

1인분에 9,000원이에요.


네 가요! 생선구이 맛집은 오다가다 소화가 다 될 만한 거리에 있다. 멀리 바닷가에 온 것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비린내가 뇌를 자극했다. ‘밥 먹고 나면 고스란히 냄새가 옷에 밸 것이다.’라는 생각도 잠시 진짜 고등어 구이가 나왔다. 앞에 놓인 구이는 앞뒤로 기름기가 쫙 빠진 담백한 맛을 자랑했다. 생선구이 한 조각에서도 전문성이 느껴졌다. 물론 타고난 요리사일 수도 있지만 노련함의 깊은 맛이 주방장 얼굴에도 생선에도 그려져 있다. 


생선구이 전문점의 맛과 가격이 다른 이유를 생각했다. 먼저 어떻게 하면 높은 품질의 원물을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는지 알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방식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이렇게 현장에서 만들어진 생선구이에 대한 지식은 맛에 그대로 박혔다.


주방과 식당 사이 휑하니 뚫어져 조리하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선이 교차한다. 주방에서는 끊임없이 고객을 살피면서 행동으로 답한다. 이래서 더 맛있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맛있는 고객 경험도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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