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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릇 Feb 05. 2022

새해 다짐

열린 사고, 신뢰, 여유


밥벌이 지식 노동자답게 치열하게 살아오다 연휴 동안 느긋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 지나온 경험과 앞으로의 약속을 생각한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과거에 굳게 닫혀있었던 사고가 열렸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닫혀있는 사고의 문은 실컷 부딪히고 깨져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엄마가 고구마를 챙겨주셨다. 일반 마트에서 볼 수 없는 가지가지한 생김새와 흙이 뚝뚝 떨어진다. 무겁다며 손사래를 치던 나는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기꺼이 담았다. 도착해서 씻는데 싱크대 한가득 흙탕물이다. 찐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한 입 물으니 세상에나 눈이 번쩍 떠질 만큼 달았다. 겉모습과 다른 맛에 감동이 배가된다. 흙이 덕지덕지한 고구마 같았던 나는 내 의견이 옳다고 굳게 믿어 내세우며 지혜롭다고 생각했다. 설득이 되지 않을 땐 권한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 착각했다. 나의 부족한 배경을 탓하기도 했다. 지금은 일단 맛보게 하는 실행력과 전달력 높은 소통의 방법을 찾는다. 


UT Lab, HCI Lab, UI 디자이너, UX 기획자, 미래전략, O4O기획, 워너비까지 다양한 직군의 변화를 보면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험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고객과의 신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품, 서비스를 보는 순간 알게 되는 그런 것을 만든다.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신뢰,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손발이 맞는 그런 협업을 한다. 이런 건 제목만 그럴듯한 도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구글 검색으로도 참고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감각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리고 경험은 생명처럼 업데이트하며 유지된다. 심장처럼 팔딱 뛰는 경험으로 감각을 키워 신뢰를 형성한다.          


포도주의 풍미를 좌우하는 떼루아르처럼 농작물은 토양의 영향을 받는다. 온라인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흙냄새와 기름진 땅의 질감이 있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농사도 토지를 쉬게 하면서 쉬는 동안 자연스럽게 회복시킨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이슈에 대응하며 전쟁도 아닌데 전략을 생각하느라 잠 못 이룬 여러 순간들 그리고 지금도 쉬지 못하는 나에게 ‘여유’를 즐길 줄 아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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