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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이 연료라고? 카슈미르판 동물의 왕국

by 다문화인

고즈넉한 시골길 한편에 어두운 갈색을 띤, 뭔가로 뭉쳐진 물질이 보인다. 냄새 또한 시골스럽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이채로운 풍경들이었다. 이곳의 겨울 준비는 우리의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더운 나라라 난방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이들도 겨울에는 따뜻하길 바란다. 다만 그 방법이 조금 독특하다. 소똥을 큰 호떡처럼 동그랗게 빚어 건물 외벽, 구조물 같은 집 근처 붙이거나 올려놓을 수 있는 곳에 말린다.


다 마르면 수레나 자루에 담아 저장해두고, 요리하거나 난방할 때 꺼내 쓴다. 집의 화덕이나 아궁이에서 사용하는데 불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난이나 짜파티같은 빵, 밥, 커리를 조리하는 데 적합하다.


주민들의 고체 연료인 셈이다. 소똥으로 만든 연료라니, 한편으로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생활의 지혜가 엿보인다.




이 지역에서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소가 신성한 존재로 숭배받으며, 거리에서는 그야말로 왕처럼 군림한다. 소들은 차선이든 횡단보도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도로를 가로지른다. 그 누구도 소를 때리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소고기는 아예 먹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파키스탄에서는 소고기가 주된 육류다.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문화 때문인데, 버펄로 같은 물소가 흔한 편이다. 동물의 왕국 화면에서만 보던 그 거대한 버펄로를 실제로 보았을 때, 검은 피부에 세 보이고 고집스러운 외모에 뿔까지. 맛은 어떨까? 질기다. 아주 질기다. 딱 봐도 질겨 보이지 않는가…. 뭐니 뭐니 해도 한우가 역시 최고다.



양고기는 조금 생소했다. 살짝 질기고 특유의 잡내가 있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그런지 입에 잘 맞지는 않았지만, 도로 곳곳에서 양 떼들을 자주 보게 되니, 그들의 생활 속에 양고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나 보던 양과 우리나라에 흔한 염소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흡사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 나라의 시장 풍경은 꽤 소박했다.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냉장 시설이 잘 발달하지 않아, 아침에 잡은 양이나 소를 그날 바로 시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 고기를 가게에 매달아 놓고 파는데, 파리가 꼬이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그래도 그날 잡은 신선한 고기라는 점에서, 그들 나름의 전통적인 신선육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파키스탄에서는 할랄 방식으로 도축하는데, 고통을 줄이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단숨에 멱을 따고 피를 완전히 빼내는 모습이 잔상에 강하게 남았다.




또한, 이곳에서 자주 보게 되는 동물은 원숭이였다. 산길 옆이나 시가지 성곽에서 원숭이들이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면, 원숭이들의 천국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원숭이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세상이 자기 생각대로일 수만은 없는 것인지….


벌목 현장에서 만난 낙타는 또 다른 이국적 풍경이었다. 무거운 나무를 묵묵히 운반하는 낙타를 보면서, 이곳 남아시아에 어떻게 낙타가 자리 잡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아마도 아라비아 상인과 교역하면서 멀리 중동 지역으로부터 카라반이라 불리는 대상隊商을 따라 건너왔다가 눌러앉은 게 아닌가 상상해 본다.




이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이채로웠던 동물은 게코gecko, 집도마뱀이었다. 아열대 기후에 사는 이 작은 파충류는 꼭 스파이더맨처럼 집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데, 모기를 잡아먹는 고마운 존재다.


어른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한 아담한 크기와 둥그스름한 발톱은 파충류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도마뱀이 집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고도 생소한 광경이었다. 과연 다양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동물이 많았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지내던 집에서는 가족들이 잠을 잘 때 모기장을 쳤다. 물론 모기를 주로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마뱀이 천장을 타고 다니다가 얼굴로 떨어질까 봐서기도 했다. 하하,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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