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세계 속의 시민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시민으로서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여러 문화 가운데 이슬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지 스테이를 했던 대부분의 나라가 이슬람 국가였기 때문에, 살면서 보고 듣고 체험한 점을 몇 번에 나눠 공유할까 한다.
한국을 떠나 카슈미르로 향한 길은 낯설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가득했다. 이슬라마바드로 가는 파키스탄 국적기를 탔을 때, 이륙을 위해 지상 활주를 시작하는 순간, 기내에서 흘러나온 현지어 방송이 아주 특별함으로 남았다.
이슬람 기도 소리 같은 이 방송은 처음엔 생소하고도 묘한 느낌을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아잔'이라는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였다. 비행기는 무사히 이륙했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그 기도 소리가 안전하게 지켜준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던 순간이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67jKo7sCeM
파키스탄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이슬람교와 그 문화였다. 파키스탄의 풍경은 그 자체로 이슬람 색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모스크였다. '꿇어 엎드려 경배하는 곳'이라는 뜻의 모스크는 이슬람교인(무슬림)이 모여 예배하는 사원으로, 그 중앙부에 비잔틴 양식을 본뜬 둥근 돔과 뾰족한 첨탑이 눈을 사로잡았다.
돔의 끝에는 대개 초승달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이슬람의 상징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계시받았을 때 초승달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초승달과 별은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이들 국기는 대부분 초록, 빨강, 검정, 흰색이다.
그중 초록색이 단연 많은데, 이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서 천국을 표현할 때 초록색이 많이 등장하고, 꾸라이쉬 부족 출신인 무함마드가 부족 색인 초록을 좋아해서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대표팀 축구 경기를 보면 중동에 있는 이슬람 국가는 초록색 유니폼을 자주 입는다.
모스크의 양식 중에서 미나렛이라는 첨탑이 특히 인상적이다. 기도 시간을 외치기 위해 무아딘이라는 사람이 올라갔던 이 미나렛 덕분에 멀리서도 모스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모양이 다른 미나렛은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이라크 사마라 지방의 나선형 미나렛은 그 지역의 메소포타미아 양식을 따랐고, 터키나 중동 지방은 원통형, 북아프리카에서는 사각형 미나렛이 주를 이루었다. 미나렛의 개수도 다양한데, 모스크의 규모나 중요성에 따라 미나렛 수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마을의 작은 사원에는 기본적으로 미나렛 1개가 있고, 그보다 더 큰 크기의 모스크는 2개를 갖는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파이잘 모스크나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있는 그랜드 모스크처럼 왕, 술탄 등 위정자가 중히 여겨 그 명으로 만든 사원에는 4개로 많다. 무함마드가 역사적인 이주(헤지라)를 했던 메디나의 모스크에는 6개, 메카의 카바 대 사원은 9개나 가지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해 깊이 알게 될수록 그들의 전통과 삶이 얼마나 깊은 역사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슬람 여성들의 복장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었다.
머리를 두르는 간단한 히잡에서부터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에 이르기까지, 각 복장은 저마다의 목적과 의미를 지니었다. 그 중간에 키마르는 머리로부터 상체를 가리는데, 얼굴은 보인다. 차도르는 얼굴을 제외하고 전신을 가리며 니캅은 눈을 제외하고 전신을 가리는데,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 이슬람 여성의 의복을 히잡으로 기억하면 되겠다.
여성을 심하게 억압하는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부르카는 특히 인상 깊었는데, 전신을 가리고 눈조차 망사 형태의 재질로 가려져 있어 시야가 좁아지고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도 겨울 외투에 딸린 모자를 쓰면 시야가 좁아져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가.
이슬람 문화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살라트'다. 함께 장거리 활동 중에, 이동하다 멈춰 길가에서 기도하는 파키스탄 측 우리 유엔초소 담당 장교를 본 적이 있다. 그의 독실한 신앙심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금요일이 휴일이다. 금요일 예배를 하고, 토요일까지 쉬며, 일요일에 출근하는 그들의 생활 방식은 우리가 월요일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종교적 이유로 목요일이 주말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서구권과의 교류를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로 주말을 바꿨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가 주말을 서양과 같게 토요일과 일요일로 바꿨다고 하니, 그 나라가 변화를 얼마나 바라는지 알 수 있다.
한편, 파키스탄 북부 길깃의 남쪽 노푸라 지역에 있는 카르가흐 붓다 암각화는 오래된 유산으로 이곳이 티베트 불교의 영향 아래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슬람 국가에 불상이 있다는 사실은 이곳의 문화적 다양성을 느끼게 한다.
파키스탄에는 모스크 외에 교회도 있으며, 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 준다. 이슬람 국가에서 타 종교의 유산을 존중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카슈미르 경험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들의 문화, 신앙,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이해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 낯선 기내 방송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