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팔레스타인) 대 이스라엘

by 다문화인

(사진 설명: 요르단측에서 바라본 사해Dead Sea, 건너편은 이스라엘)




이라크와 요르단, 두 나라에서 일하며 만난 아랍 세계는 넓고도 깊었다. 아랍 국가라 하면 아랍어를 사용하는 이슬람 국가를 말한다. 이들이 속한 아랍 연맹은 22개국에 달하고 언어와 종교, 민족으로 긴밀하게 묶여있다.




아랍어는 전 세계 3억 명이 사용하는 언어다. 아랍어는 유엔 6대 공용어 중 하나로, 전 세계 인구 가운데 4분의 1에 이르는 사람들이 경전 꾸란을 아랍어로 읽는다. 한때 우리 대학 입시에서 문과생이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점수가 잘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쉬워서가 아니라 문자도 상당히 다르고 어려우니 쉽게 출제해서 그랬을 것이라 짐작한다.


아랍어는 우리와는 다르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내려간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2010년 한-아랍에미리트 공동위원회에서 우리 장관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아랍인들에게는 다르게 인식되었던 일이 있었다.


우리 관념으로는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지쳐 쓰러진 사람이→음료수를 마시고→힘을 내어 다시 뛴다.’이었는데, 아랍인은 글을 반대 방향으로 쓰다 보니 설명을 제대로 못 들은 청중은 ‘쓰러진다←이 음료수를 마시면←잘 뛰던 사람이’라고 이해했다고 한다. 그만큼 인식의 차이나 문화 다양성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숫자를 쓸 때는 아랍인도 우리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점이 재미있다. 우리가 흔히 ‘아라비아 숫자’라고 부르는 1, 2, 3은 명칭상 아랍에서 유래됐다고 보기 쉬우나 왕래하던 아랍인이 인도의 수 체계를 받아들여 유럽에 전파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이를 ‘아라비아 숫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아랍어가 어렵다는 것은 직접 경험해 보면 더욱 절감하게 된다. 특히 문자의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고, 나라에 따라 방언도 다르다. 이라크나 시리아 같은 경우는 표준 아랍어 푸스하를 사용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방언인 암미야를 쓰고 있어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오랜 갈등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이 갈등의 핵심에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은 맥마흔 선언을 통해 전후 아랍인의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약속한다.


그러고는 1917년에 밸푸어 선언을 발표하였는데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일종의 분양 사기였던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시작된 이스라엘 건국은 아랍인과 끝없는 분쟁을 일으켰다.


특히 네 차례의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여러 차례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이 지역에서 유혈 분쟁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요르단 암만에서 레바논 베이루트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 갈등의 여파를 체감했다. 직선으로 가면 30분이 걸리지 않을 거리를, 이스라엘 상공을 통과할 수 없어 요르단 북쪽 시리아 접경까지 우회하는 항로를 사용하는 게 아닌가.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평화협정을 맺고 적대관계를 청산했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안보 문제는….

요르단 암만에서 레바논 베이루트로 가는 내가 탔던 여객기 내의 안내 모니터를 찍은 사진



중동을 여행할 경우,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에 들어간 후 이스라엘 입국 도장이 찍힌 동일한 여권으로는 아랍 국가에 입국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예컨대 요르단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로 갈 때, 이스라엘 출입국 측에 여권 대신 다른 종이에 여권 도장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면 받아주며, 따라서 여권에 이스라엘을 실지로 방문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비슷한 팁이랄까 에피소드가 하나 떠오른다. 이라크 같은 ‘요주의’ 중동 국가 도장이 찍힌 여권으로 미국을 입국하려면 미국인이 써준 레터를 들고 가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갈 일이 있어서 로스앤젤레스로 입국하는데, 짐작하겠지만 내 여권에는 이라크 출입국 도장이 빼곡히 찍혀있어서, 별도의 큰 사무실로 이끌려 간 적이 있다. 미리 준비해둔 보증서 격인 미국 무관의 레터를 보여줬더니 먼저 그 사무실에 와있던 나처럼 생긴 아시아, 그리고 아랍, 히스패닉계 등 다른 수십 명보다 먼저 빠져나와서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국제 적십자Red Cross 운동이 서구를 중심으로 18세기 후반에 시작되면서 이슬람권을 동참시키고자 추진했는데, 적십자 표장이 십자군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19세기 초 이슬람권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적신월Red Crescent을 표장으로 채택하면서 동참하게 되었다.


그 후 이스라엘이 이 운동에 참여하였는데, 이스라엘 국기에 있는 다윗의 별 모양으로 정하려 했으나 결국 적수정Red Crystal으로 했다. 아랍권과의 갈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 모든 갈등의 배경에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가 깊숙이 얽혀있다.


글을 쓰는 근래에는 하마스-이스라엘 간의 충돌로 온 세계가 떠들썩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이 높아지고, 최악의 경우 이란-이스라엘 전면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경우 유가가 치솟고,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유대인 역사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중세 흑사병 팬데믹 때 유대인에 대한 유럽인의 핍박으로부터 나치의 천인공노할 만행까지 끔찍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세상이 달라진 만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최근에는 그 피해의식이 점입가경이다. 하마스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상은 뭐가 됐든 공격한다. 그것이 아이들 학교든 병원이든,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치르고 인류가 자각 끝에 집단 안보를 표방하고 창설한 국제기구 유엔이고 뭐고 개의치 않는다. 카슈미르 경험을 팔레스타인에서 겪었다면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모든 상황을 두고 국제사회는 ‘두 국가 해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역사의 그 긴 시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양측이 이제는 더 큰 그림을 보고 평화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때때로 과거를 잊고, 현재의 혼란에만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긴 분쟁 속에서 진정한 해답은 역사를 되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데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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