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이국적 정취

불타오르는 시추공

by 다문화인

바그다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국적인 풍경이 나를 사로잡았다. 뉴스에서만 보던 중동 산유국의 그 유명한 시추공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티그리스강 너머 유전의 화염을 실제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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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티그리스강!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태동한 그 땅을 눈으로 직접 보니 신기했다. 비행기 안에서 바그다드 일대를 내려다보면 모래사막 위로 초록색 뱀이 기어가는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티그리스강 물줄기가 사막 속에서 반갑게 느껴졌다. 그 강이 바그다드 도심을 휘감아 흐르고, 사막과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관통하고 있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땅은 끊임없이 외세에 침략당했던 곳이었다. 오늘날까지도 그 치열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이라크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비행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파견 기간 3년 동안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됐다. 단신 근무라서 한국으로 휴가를 간다. 두바이를 경유하는데 인천까지 10시간 내외로 길다. 비행기를 오래 타 힘들 때가 있다. 잠이라도 쉬이 들려고 그 전날 늦게 자서 수면량을 줄여도 소용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건다. 예전에 상인들은 이 길을 지상으로 오갔다. 그런데 난 그 실크로드를 비행기 타고 가고 있으니 얼마나 빠르고 편해! 아라비아반도에서 당나라 장안까지 낙타 타고 10개월을 갔던 거리가 아닌가.




바그다드의 도로는 복잡했다. 차들이 빽빽이 늘어선 교통체증 속에서, 테러 위협과 폭발 위험이 끊이지 않음을 실감했다. 검문소와 도로의 취약 지점에서 정체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테러에 대비해 멈추지 않고 이동해야만 했다.


이러한 위태로운 실상이 잘 나타난 영화 <허트 로커>.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폭발물처리반원들 이야기다. 'War is a drug', 영화 포스터의 카피처럼 "전쟁의 격렬함은 종종 강력하고 치명적인 중독이다. 전쟁은 마약과 같아서"라는 대사가 왜 이렇게 가슴을 저미는지.


이런 긴장감 속에서도 바그다드 일상은 흘러가고 있었다. 차가 너무 많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이층버스도 보여, 계속된 전쟁 속에서도. 어, 잊고 있었네. 이 나라는 산유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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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모양의 우주선 같은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타워크레인이 보이는 걸 보니 공사 중으로 보일 수 있지만 미완의 모스크다. 아랍어로 가장 자비로운 이라는 뜻의 알라흐만 모스크는 이라크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지으려고 1998년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2003년 미국 침공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모스크 지름은 250미터, 축구장 약 2개 반에 달하는 크기이다. 중앙에 있는 중심 돔은 더 작은 독립 돔 8개로 둘러싸여 있고, 그보다 더 작은 8개 돔이 그 벽을 이루고 있는, 다른 사원에서는 볼 수 없는, 참으로 색다른 디자인의 사원이다.


시내 주요 거리를 지날 때, 국방부나 내무부를 출입할 때 울타리 벽에 사진들이 붙어있는데, 순직자나 희생자 영정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재해재난이나 큰 이슈가 되는 사고로 인한 희생자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데, 하물며 나라를 위해 전쟁을 치르다 숨진 넋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당연하고 한편으로는 소박해 보인다. 아직 전쟁 중이라 그런 것이겠지만….




국방부 청사에서 면담을 기다리던 기억도 생생하다. 아랍어로 '까흐와'라 불리는 커피를 대접받았는데, 하얀색 사기잔에 두세 번 정도는 계속 따라주며 환대를 표했다. 베두인 식으로 진하고 걸쭉한 이 커피는 터키식 커피와 비슷해 보였고,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와는 다른 맛이었다. 커피를 더 원치 않으면 잔을 흔들면 됐고, 잔을 가만히 두면 더 따라주곤 했다.


커피 역사의 주 무대가 아라비아반도라니 참 이채로웠다. 커피 기원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다. 일찍이 가까운 아라비아반도로 건너왔고 예멘의 모카가 주된 무역항이었다. 커피 관련된 말에 모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식 커피 믹스 한잔이 간절하다.


국방부 차관이 준 연하장이 기억에 남는다. 특이하게 이곳에서는 결재 서명을 천연색으로 한다. 우리는 단연 검은색이지만 여기는 문서 대부분 글자가 검은색이라 가짜 서명처럼 보일 수 있어 실무자는 청색, 중간 결재자는 초록색, 장·차관은 빨간색으로 서명하는 식이라고 한다.


호텔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중동 호텔 객실에는 대부분 세 가지가 갖춰져 있다. 기도할 때 쓰는 작은 카펫, 서랍 안에는 이슬람 경전 꾸란, 그리고 천장에 '끼블라'라는 화살표가 있었다. 그 화살표는 성지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앙 지표였다. 무슬림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슬람국가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금요일부터 주말이고, 일요일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것 또한 이제는 낯설지 않다. 바그다드에서의 일상은 이국적인 풍경과 위험이 공존하는 가운데, 역사와 전통, 그리고 오늘날의 정치적 혼란이 교차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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