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역사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복잡하면서 평화롭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나라가 대륙과 해양 세력 간 갈등의 중심에 있듯 이라크는 동•서양 세력 충돌의 가운데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는 비옥한 농업지대와 막대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로부터, 알렉산드로스, 몽골의 훌라구 칸, 오스만제국을 거쳐 영국에 이르기까지 정복자가 끊임없이 이 지역을 노렸다.
또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이자 중동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강대국 침략이 반복된 것이다. 이라크의 정세는 미국과 이란 간의 충돌이 반복되며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이라크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 국제적, 지역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라크는 의회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공화국으로, 시아파 60%, 수니파 20%, 쿠르드족(수니파) 15%, 기타 소수민족 및 종교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적, 민족적 구성이 국가의 주요 기관에서도 반영되어, 국가원수인 총리는 시아파, 의회 의장은 수니파, 대통령은 쿠르드족 출신으로 선출된다. 주요 장관직 또한 이 비율에 맞추어 배분되며, 국방부 장관은 수니파, 내무부 장관은 시아파 출신이 임명되는 등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라크의 정치 구조는 삼권 분립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의회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는 2016년 국방부 장관이 무기 수입 관련 비리 혐의로 해임된 사건에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치적 상황은 이라크 방위산업과 무기 수출에도 영향을 미쳐, 앞서 언급했듯이 특정 계약이 야당 의원의 문제 제기로 무효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라크의 지정학적 복잡성은 특히 중동 내 시아파와 수니파 세력 간의 긴장감에서 기인한다.
이라크는 이란-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 벨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수니파 국가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이들 국가 간의 갈등이 이라크 내 정치, 군사적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20년 호르무즈 해협 긴장 관련 우리나라의 독자 파병 결정에 대한 이란 반응은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있는 바다를 이란은 '페르시아만'이라 표기하고 사우디 등은 '아라비아만'이라고 쓰기 때문이다.
책을 한창 쓰고 있는 최근에는 이란에 적대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라비아만으로 명칭을 바꿀 계획이라는 보도를 봤다. 미국까지 왜 그래!
대내적으로 이라크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비슷한 편이고, 북부에는 쿠르드족이 있어 국가적인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이라크 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늘 존재하며, 특히 IS 격퇴전에서 이라크 군이 초기 패배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으나, 군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사담 후세인이 독재자였지만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민생은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라크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민족과 종파 간의 정치적 균형을 맞추고, 외부적으로는 국제적 충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조정하려고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