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류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들어 갑니다"

by 다문화인

이라크에서 대한민국의 국력을 새삼 확인했다. 척박한 중동의 땅에서조차 우리 기업과 방위산업이 뻗어나가고 있었다. 처음 부임했을 당시 이라크는 IS와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반IS 연대 국가들에 테러와 납치를 자행했다.


그래서 방산 관련 프로젝트는 신중하게, 마치 모래 위에 걸음을 딛는 듯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우리 기업은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내고 있었다.




이라크와 한국의 시차는 여섯 시간. 하지만 그 시간 차이는 왠지 두 나라가 세계 경제 속에서 점점 좁혀지고 있는 거리처럼 느껴졌다. 바그다드 근교, 서울과 분당만큼 떨어진 거리에 우리 기업이 추진 중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은 그 대표적인 예다. 분당만 한 규모의 이 도시는 한국이 이라크에 남긴 발자취였다.

여기서 퀴즈! 이라크에서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 층수는 어디일까? 우리나라에서는 펜트하우스, 즉 꼭대기 층이 '로열층'으로 여겨지지만, 여기서는 바로 1층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전기가 자주 끊기니까, 집마다 예비로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데, 1층에 살아야 바로 옆 땅에 발전기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 신도시에는 자체 발전소가 있어 그런 걱정은 덜겠지만.


참 아이러니하다. 석유 매장량 세계 5위권인 자원 부국에서 전기 사정이 이렇듯 열악하다니…. 현지인들은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여름 폭염 뙤약볕 아래서도 모여서 시위를 한다. 에어컨을 틀어야 살 수 있으니까. 이 외에도 이라크 곳곳에서 한국 기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까르발라에서 바스라에 이르기까지 정유와 항만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이 활약하고 있다.




이라크 무기 획득 관계자들을 처음 만나면 서로가 어색한데, 그때마다 우리 조선업 사례를 꺼낸다. 영국에 군수지원함을 수출한 성공적인 이야기는 자신들을 위임통치했던 영국에 대한 정서로 “오, 그러냐?”면서 늘 서먹한 첫 대면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낯선 분위기가 녹고 나면 가는 말 오는 말의 성찬이 요란해진다.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Korea, No delay & Good quality.” 한국, 칼 같은 납기 준수와 우수한 품질. 그 말은 그들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한국에 대한 신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장면은 바그다드 근처 사격장에서였는데, 우리 방산업체가 수출한 탄약을 이라크군이 직접 시험 사격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백발백중의 결과에 감탄했고, 나도 자부심을 느꼈다. 한국에서 운송된 이 탄약은 현지에서도 그 품질을 증명했고, 결과는 완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라크에 경공격기를 수출했고, 공군기지 재건 사업도 따냈다. 그들이 말하는 "한국산,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재건 사업은 이미 완료됐어야 했지만, 여러 이유로 공기가 지연된 것이다. 이는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남았다.



아프리카 기억을 소급해 보면, 코트디부아르에서 무기 금수 사찰을 하던 중, 동구권 계열 박격포에서 발견한 국산 타이어는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박격포에 국산 타이어가 끼워져 있는 모습은 예상 밖이었는데, 아마도 정비 과정에서 중고 국산 타이어가 사용된 듯했다. 딴 곳에서 본 다른 메이커 타이어 역시 국산이었다.


한편, 현지에서는 비슷하게 생긴 동북아 사람을 다 중국인인 줄 아는 경우가 잦았다. 현지인들이 자꾸 "시누와chinois(불어로 중국인)?"라고 물어, 처음에는 한국인이라고 매번 답했고 나중엔 짜증이 나려 하다가, 결국에는 웃어넘기곤 했다.


이런 광경은 2013년 당시 중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영향력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었다. 한국도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인지하고 더 나은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향후 협력을 증대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또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안정적인 시장 개척과 더불어, 한국 제품과 한류가 아프리카에서 더 널리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이 경험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연결 가능성을 더욱 실감하게 해 주었고, 앞으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은 이제 작고 힘없는 나라가 아니지 않은가.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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