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은 거슬리는 핸드폰 알람이 아닌,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산새들의 부지런한 날갯짓 소리로 시작되었다. 본관 2층 복도 끝방에 자리한 웬디의 숙소는 창문이 동쪽으로 나 있어 밝은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장소였다. 웬디는 몸을 덮은 두툼한 거위 털 이불의 포근한 무게감을 느끼며 일어났다. 평소라면 비몽사몽 눈을 뜨며 알람 시간을 5분씩 연장했을 테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활력이 넘쳐 정신이 금방 또렷해졌다.
“와아.”
곧바로 창문을 연 웬디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숲의 전경을 보고 감탄했다. 능선을 따라 가라앉은 옅은 안개는 잠기운이 남은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몽글거렸고, 밤새 맺힌 이슬들은 나뭇잎 끝에 매달려 아침 햇살을 튕겨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흙길 위에 그림자를 그려내는 모습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새로운 아침을 만끽하던 웬디는 돌연 심한 공복감을 느끼곤 의아해졌다.
“왜 배가 고프지? 어제 마가렛이 차려준 밥을 먹고 바로 잠들었는데?”
이상함을 느낀 웬디는 몸을 돌리다 방문 앞에 놓인 바구니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바구니 안에는 정갈하게 접힌 옷과 반으로 접힌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 마가렛을 올려보냈네. 아무래도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모양이더군. 만약 일어난다면 옷을 갈아입고 1층 집무실로 내려오도록 하게.
-에드먼드]
쪽지를 읽을수록 웬디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이상할 만큼 몸이 개운하다 싶더니, 몇 시간이 아닌 하루 반을 통째로 잔 것이다!
“으악! 나 어떡해!”
웬디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첫 출근부터 대형 사고를 쳤다는 생각에 웬디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흰색 셔츠와 활동하기 좋은 면바지, 그리고 주머니가 달린 베이지색 앞치마는 맞춤옷처럼 편안했지만, 웬디는 편안함을 느낄 새도 없이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묶고 1층으로 향했다. 프런트 앞에서 복도를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집무실이 있는 오른쪽 복도로 달려갔다. 문을 벌컥 열자 그윽한 홍차 향이 먼저 코를 스쳤다. 에드먼드는 한 손에 찻잔을 들고 느긋하게 장부를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 사이, 그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매끈하던 턱선이 풍성한 수염으로 뒤덮인 것이다. 그 낯선 모습에 웬디가 멈칫할 때, 에드먼드가 먼저 말했다.
“잘 잤나, 웬디?”
뒤늦게 정신을 차린 웬디는 서둘러 허리를 굽혔다.
“죄송해요, 에드먼드 씨! 제가 너무 오래 자버려서...”
웬디의 다급한 사과에도, 에드먼드는 장부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
“무엇이 죄송하다는 건가?”
“네? 그게 첫날부터 일을 안 하고 잠만 잤으니까요.”
그 말에 에드먼드는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루를 꼬박 잘 정도로 피곤하면, 당연히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자네가 일부러 하루가 넘도록 자는 척한 건가?”
“그건 절대 아니에요!”
웬디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자, 에드먼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됐군.”
웬디는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산장의 주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그녀가 나서서 사과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그래서 웬디는 사과 대신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그 수염은 어떻게 된 건가요?”
“이것 말인가? 별것 아니네. 숲이 기분이 나쁘다고 잠깐 심통을 부린 것뿐이야.”
에드먼드는 덤불처럼 자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리곤 다시 찻잔을 들며 장부의 다음 장을 넘겼다. 풍성한 수염이 만들어 낸 짙은 그늘이 종이 위로 드리워졌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수염을 제외하면 에드먼드 본인은 흐트러짐 없는 차림새였지만, 책상 위는 어질러진 서류 더미들이 가득했다.
“이거야 원, 세금이 아니라 약탈이라고 해도 믿겠군. 펠, 이 부분은 확실한가?”
에드먼드가 장부 내용을 짚으며 묻자, 책상 모서리, 고풍스럽게 깎인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던 펠이 고개를 치켜들며 외쳤다.
“까악! 수입은 작년과 비슷해! 대신 물가가 상승하면서 지출이 13퍼센트 늘었다고!”
웬디가 산장 식구가 되고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펠이 에드먼드를 대신해 산장의 온갖 지출을 관리하는 ‘회계사’라는 점이었다. 예전부터 돈 계산에 약했던 에드먼드에게 있어 펠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혼자 세금 계산까지 척척 해내는 모란앵무가 정작 자신을 까마귀라고 우기는 모습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웬디가 눈치껏 뭐라도 해야 하나 싶어 고민하는 사이, 에드먼드는 어제 도착한 편지 봉투를 뒤집어 보았다. 마법 국세청을 상징하는 붉은 도장 옆에는 ‘사계절 유지 비용 포함’이라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에드먼드는 쯧 혀를 찼다.
“내 돈으로 사계절을 유지하는데 여기에 세금까지 내야 한다니!”
국세청의 일처리를 믿을 수 없었던 에드먼드는 봉투를 열고 고지서를 꼼꼼히 살폈다. 혹시라도 부당하게 부과된 세금이 있다면 반드시 따지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국세청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고, 지독한 세금 계산원들의 능력에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이런, 호수 관리 부담금까지 붙었군.”
“까악! 보름달이 뜨면 호수에 홀리는 손님들이 있으니까!”
“산장 여기저기에 호수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수칙을 붙여놓잖아! 왜 다들 말을 안 듣는 거야?”
에드먼드는 직접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오른쪽 벽을 가리켰다. 벽에는 딱딱한 합판으로 된 게시판과 커다란 공지문이 걸려 있었다. 웬디 또한 고개를 돌려 공지문을 함께 확인했다. 잉크가 바래지지 않은 걸 보아, 비교적 최근에 내용을 수정한 모양이었다.
<산장 이용 수칙>
1. 숲길은 바닥에 난 길을 따라 걸어주십시오. 길을 벗어나도 숲이 화를 내지는 않지만, 별채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2. 평원 너머의 호수는 보기보다 깊습니다. 발을 담그는 것은 괜찮지만, 수영은 삼가시길 바랍니다.
3.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호숫가에 오래 머물지 마십시오. 달빛이 환한 날에는 호수의 요정이 노래를 부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에 홀릴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4. 다섯 번째 별채는 손님의 상상에 따라 내부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노을이 지지 않거나 비가 하루 종일 내려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니, 놀라지 마시길 바랍니다.
5. 산장을 언제 떠나는지는 자유이지만, 떠나기 전에 반드시 작별 인사를 남겨주십시오.
추신 : 옷장 문을 연다고 눈 내리는 풍경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말로요.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한 문의는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커다란 눈을 굴려 수칙을 훑어본 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날개를 펼쳤다.
“그래도 어차피 낼 거잖아.”
“그래. 여기를 계속 운영하려면 내야지.”
에드먼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장부를 덮었다. 아침부터 골머리를 썩이는 일과 마주하다 보니, 갈증이 돋았다. 에드먼드는 옆에 있던 찻주전자를 들어 잔에 홍차를 따랐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갈색빛 액체와 꽃내음이 섞인 향의 조합은 곤두선 에드먼드의 신경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역시 내가 우린 차야.”
홀짝 한 모금 마신 에드먼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마가렛이 이른 새벽에 구웠을 통밀빵 조각을 한 입 베어 문 에드먼드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집무실은 손님들이 머무는 다섯 채의 별채가 꽃잎처럼 한눈에 보이는 위치였다. 봄 별채 쪽은 항상 연분홍빛이 가볍게 흩날렸고, 겨울 별채는 서늘한 공기와 함께 소박한 눈송이가 떨어졌다. 비슷하지만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에드먼드는 잠깐 그 풍경을 구경하다 다시 책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장부는 덮여 있지만, 세금을 독촉하는 고지서는 펼쳐진 채였다. 그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자, 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까악! 주인장, 한숨은 일처리에 도움이 안 돼.”
“도움이 안 되지만 저절로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지.”
에드먼드는 홍차를 한 모금 더 마시며 대꾸했다.
“본능을 참지 못하면 짐승과 다를 바 없어!”
“하지만 나는 인간이고, 너는 앵무새지.”
“까악! 난 까마귀야!”
펠은 목을 길게 빼며 검은 깃털이라곤 하나도 없는 가슴을 당당히 내밀었다. 에드먼드는 잔을 내려놓으며 코웃음을 쳤다. 웬디는 이틀 전과 비슷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핏 웃었다. 그때, 숲에서 본관으로 이어지는 흙길 위로 그림자 하나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산길을 따라 올라오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워 새가 날아드는 듯했다. 잠시 후, 현관에 달린 종이 울리자, 셔츠의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일어난 에드먼드가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에드먼드 씨. 오늘은 수염이 멋지게 자라셨네요?”
문 너머에는 작은 날개가 달린 모자를 쓴 소년이 서 있었다. 모자챙이 너무 깊어 눈이 절반쯤 가려진 덕분에, 어떻게 숲길을 걸어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어서 와라, 닉. 오늘도 편지 배달이니?”
“네. 오늘은 하나뿐이네요.”
닉은 어깨에 두른 가죽 가방에서 고급스러운 진홍색 봉투를 꺼냈다.
“발신인은 코코 할머니네요.”
봉투를 에드먼드에게 건네던 닉은 로비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웬디를 발견했다.
“에드먼드 씨, 뒤에 손님이 계신 것 같은데요?”
“손님?”
고개를 돌려 웬디를 발견한 에드먼드가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여기는 손님이 아니라, 오늘부터 우리 산장에서 일하게 된 웬디라네.”
“새로운 직원이셨군요. 반가워요. 저는 닉이라고 해요. 세상과 동떨어진 장소에 편지를 배달하는 배달부예요.”
닉은 불쑥 손을 내밀며 친근하게 말했다. 웬디는 손을 아래로 뻗어 닉과 가벼운 악수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웬디에요. 나이도 어린데 벌써 일을 하다니 대단하네요.”
“네?”
웬디의 입장에서는 상대를 칭찬하려고 꺼낸 말이었지만, 정작 닉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웬디 또한 상대가 보인 반응에 당황하는 사이, 에드먼드가 편지를 읽으며 툭 던지듯 말했다.
“저렇게 보여도 닉은 엄연히 성인이라네. 인간과 임프 사이의 혼혈이기 때문에 신장이 작은 편이지. 그래도 숲 한정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네.”
“으아, 죄송해요!”
초면에 실례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웬디는 재빨리 사과했다. 다행히 닉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씨익 웃었다.
“괜찮아요. 저도 웬디 씨를 처음에 손님이라 착각했는걸요. 서로 실수한 셈 치면 되죠!”
닉은 유쾌하게 답하며 어깨에 가방끈을 고쳐 맸다.
“그러면 저는 배달할 게 많아서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닉은 언덕 아래로 걸어갔다. 닉은 걸음걸이가 빠른 편도 아니었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웬디가 신기한 듯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편지를 다 읽은 에드먼드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나저나 코코의 방문이 당장 이틀 뒤로군. 그녀가 좋아하는 블러디 와인을 준비하고, 뱀파이어 맞춤 관도 미리 꺼내놔야겠군.”
“뱀파이어요?”
웬디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뱀파이어는 할리우드 영화의 스크린 속이나 오래된 괴담 속에나 등장하는 존재 아니던가. 창백한 안색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존재가 이 산장을 방문한다고 하니 놀랄 따름이었다.
“코코 와일드는 매년 그의 산장을 방문하는 단골손님이라네. 휴가철이 될 때마다 여름 별채에서 며칠씩 숙면을 청한다네.”
“그러면 다른 손님들도 다... 그런 분들인가요?”
웬디는 뱀파이어 같은 인외의 존재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런 분들’로 칭했다.
“손님 대부분은 인간이지만 아닌 분들도 가끔 방문하신다네. 코코 같은 뱀파이어 외에도 보름달을 피해 방문하는 늑대인간 손님이나 벽을 통과하는 게 습관인 유령 손님도 계시지.”
에드먼드의 태연한 설명에 웬디의 뒷덜미로 소름이 돋았다. 빗자루가 혼자 바닥을 쓸고, 앵무새가 장부를 정리할 때까지만 해도 신기하다는 감상에 그쳤지만, 손님이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제법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웬디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러면 그 관이라는 건 어디에서 꺼내면 되나요? 따로 창고가 있는 걸까요?”
“성실한 건 좋지만, 그 전에 더 중요한 것부터 해결하도록 하지.”
“더 중요한 거요?”
고개를 끄덕인 에드먼드는 식당이 있는 방향을 손짓했다.
“아침 식사 말일세.”
* *
“두 사람 모두 좋은 아침이구나.”
웬디가 식당에 들어서자 때마침 작은 솥을 들고나오던 마가렛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몸은 좀 어떠니, 웬디? 하루를 통째로 잤다던데. 낯선 곳이라 잠자리가 뒤숭숭하진 않았고?”
“아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깊게 잤어요.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마가렛.”
웬디는 민망한 마음에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마가렛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웬디가 마가렛이 든 솥을 대신 받으려 했지만, 마가렛은 부드럽게 고개를 젓고는 턱짓으로 주방을 가리켰다.
“이건 보기보다 가벼우니 괜찮아. 그보다 주방에서 접시와 국자를 꺼내주겠니? 들어가서 오른쪽 선반을 보면 된단다.”
“네, 금방 가져올게요.”
웬디는 서둘러 주방 안으로 걸어갔다. 마가렛이 일하는 주방은 웬디의 상상보다 훨씬 정갈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무쇠 화구 위에는 크기가 다른 프라이팬과 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하얀 냉장고 두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선반 아래 은색 고리에 매달린 냄비들은 방금 세척을 마친 듯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가렛의 말대로 오른쪽 선반을 살핀 웬디는 어렵지 않게 하얀 그릇 세 개와 국자를 챙겨 나왔다.
오늘의 아침 식사는 부드러운 감자수프와 버터가 첨가된 스크램블 에그, 바싹 구운 베이컨칩이었다. 수프를 한 입 떠먹자, 감자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고소한 풍미가 혀를 부드럽게 감쌌다. 스크램블 에그는 크림처럼 몽글거렸고, 베이컨은 바삭한 식감과 함께 짭조름한 육즙이 터져 나왔다. 메뉴 자체는 평범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웬디는 마가렛의 음식 솜씨라면, 삼시세끼를 이곳에서 해결해도 좋겠다는 실없는 상상까지 했다. 단란한 식사를 마친 웬디는 접시를 차곡차곡 정리하며 에드먼드를 바라봤다.
“바로 일을 시작하면 될까요?”
의욕에 찬 웬디의 물음에도 에드먼드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이제 막 식사를 끝냈는데 급하게 움직일 것 없네. 그 전에 간단한 티타임이라도 가지지.”
“티타임이요?”
때마침 마가렛이 주방에서 갓 구운 비스킷과 잼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왔다. 뒤이어 에드먼드는 직접 우린 찻주전자를 가져와 식탁 위에 올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던 웬디는 결국 다시 의자에 앉았다.
웬디는 찻잔 속 일렁이는 수면 위에 비친 제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만약 도시였다면, 진한 커피로 피곤한 정신을 억지로 깨우고 매대의 물건을 채우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에드먼드와 마가렛은 이런 느긋한 오전이 일상인지, 별다른 대화도 없이 찻잔만 조용히 비웠다. 그 낯선 고요함이 어색했던 웬디는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차를 홀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