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비밀의 화원과 사라진 열쇠 (2)

by 달빛타래

“그러면 슬슬 일을 시작하지.”

에드먼드가 자리에서 일어난 건 가득 채워졌던 찻주전자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우고, 아침 신문을 마지막 면까지 모두 읽은 뒤였다.

에드먼드를 따라 웬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숲길에 동물들의 먹이통을 채우는 것이었다. 에드먼드는 말린 산딸기와 은빛을 띠는 견과류가 섞인 바구니를 건넸다. 생각보다 묵직한 바구니 속에서 견과류들이 부딪힐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양은 얼마나 주면 될까요?”

“대략 두 주먹, 아니지. 자네 주먹으로는 세 주먹 정도가 적당하겠군.”

“세 주먹이면 너무 적지 않을까요?”

웬디가 양을 가늠하듯 주먹을 쥐며 물었지만, 에드먼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동물들에게 너무 많은 먹이를 주면 게을러져. 산새들은 노래하는 게 일인데, 배가 부르면 선율이 탁해지거든. 원래 적당한 허기는 창작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법이지. 사람도 그렇지 않나? 너무 풍족하면 가슴속의 갈증을 잊어버리고 말지.”

웬디는 어딘가 철학적인 에드먼드의 말을 들으며 흙길을 걸었다. 기분 좋은 공기를 만끽하며 길을 걷다 보니, 표지판을 닮은 새하얀 먹이통이 보였다. 에드먼드의 말대로 주먹 가득 먹이를 채워 넣자, 기다렸다는 듯 형형색색의 새들이 내려왔다. 정신없이 산딸기와 견과류를 집어먹던 새들은 마치 감사 인사를 하듯 웬디의 어깨와 머리에 잠시 앉았다 떠났다. 새들의 발톱과 부리가 피부에 닿는 느낌은 간지럽고 낯설었지만, 웬디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를 위해 먹이를 준비하고, 그것을 반기는 생명체와 마주하는 일은 웬디가 오래도록 잊고 있던 경험이었다.


다음 일은 웬디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별채 주변과 별채에서 본관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었다. 다만, 웬디가 아는 평범한 청소와는 달랐다.


“이걸 받게.”

에드먼드는 별채 외벽에 비스듬히 세워진 빗자루를 가져와 웬디에게 건넸다.


“이걸로 봄 별채 주변에 떨어진 꽃잎들을 쓸어내게나. 아래쪽 숲이나 다른 별채 영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반드시 안쪽으로 모아야 하네.”

“꽃잎이 시들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

“그런 사소한 이유가 아니야.”

에드먼드는 봄 별채 주변에 수북이 쌓인 꽃잎들을 가리켰다.


“저 꽃잎들은 겉보기엔 평범해도 하나하나가 계절을 지탱하는 마법이지. 그래서 다른 구역으로 흘러가면 때아닌 봄이 찾아온다네. 숲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 닿기라도 하면 생태계가 엉망이 될 거야.”

설명을 듣고 나니 웬디는 손에 쥔 빗자루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청소 자체는 수월했다. 대나무 빗살이 채 닿기도 전에, 꽃잎들이 웬디의 의중을 알아채듯 스스로 통통 튀며 별채 안쪽으로 흘러 들어간 덕분이었다. 빗자루를 원래 자리에 둔 웬디는 에드먼드를 따라 여름 별채 구역에 들어섰다.


“여름 별채는 그야말로 습기와의 전쟁이지. 특히 장마 직전의 공기는 오래된 빵을 씹는 것처럼 눅눅하다네.”

에드먼드는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텁텁한 습기가 불쾌한 모양이었다. 그는 연신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웬디 또한 피부에 달라붙는 눅눅한 공기를 느끼며 물었다.


“습기를 잡아내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나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바람개비를 설치해 숲의 공기와 순환을 시켰지.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 훨씬 간편한 방법이 생겼거든.”

에드먼드는 품에서 입구를 단단히 묶은 가죽 주머니를 건넸다. 매끄러운 끈을 풀어내자, 곱게 갈린 보라색 가루가 담겨 있었다.


“비블레아 꽃을 곱게 갈아 여러 시약을 첨가한 ‘건조 가루’라네. 건물 지붕과 처마 위에 골고루 뿌려두면 주변의 수분들을 빠르게 흡수하지.”

에드먼드는 가루를 한 움큼 집어 들고는 외벽의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가 평탄한 지붕과 처마 구석구석에 가루를 흩뿌리자, 공기 중의 수분과 맞닿은 가루들이 타닥타닥 소리를 냈다. 가루가 습기를 삼킬 때마다 보라색 불꽃이 짧게 번쩍이는 모습은 작은 불꽃놀이를 연상케 했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잦아들 무렵, 웬디는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산뜻한 냉기에 눈을 크게 떴다.


“공기가 금방 시원해졌어요!”

에드먼드 또한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시범을 보여줬지만, 다음에는 자네가 직접 해보게나. 내가 가르쳐준 대로만 하면 사흘 내내 산뜻한 공기가 감돌 걸세.”

끈적하게 달라붙는 습기가 걷힌 여름 별채에는 청량한 숲의 향기만이 감돌았다. 이어지는 가을 별채에서의 일은 봄 별채와 비슷했다. 웬디가 마당에 내려앉은 단풍잎을 향해 빗자루를 휘두르자,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알아서 나무 위로 올라갔다. 다만 지붕 배수구를 막고 있거나 계단 틈에 끼어버린 낙엽들은 일일이 손으로 걷어내야 했다. 웬디는 낙엽을 한 장 한 장 집어 올렸다. 한꺼번에 움켜쥐면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작업이었지만, 웬디는 별채 주변에 떨어진 낙엽들이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들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파리 하나 다치지 않게 조심하며 일하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죄송해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겨울 별채는 눈이 그쳐서 할 일이 없네. 다음에 일거리가 생기면 그때 같이 오도록 하지.”

웬디는 슬며시 에드먼드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으나, 낙엽 한 장 허투루 다루지 않는 웬디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들어 올렸다. 바로 옆에 있던 웬디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찰나의 미소였다.


* *


“오후에는 자네가 주로 시간을 보낼 본관 내부를 구석구석 알아보도록 하지. 아니, 그전에.”

에드먼드의 시선이 잠깐 웬디의 앞치마 자락에 머물렀다. 오전 내내 별채 주변을 갈무리한 탓에, 웬디의 옷자락에는 옅은 흙먼지와 에드먼드의 눈에만 보이는 잔해들이 가루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웬디를 데리고 로비 입구로 향한 에드먼드는 현관 구석에 놓인 투박한 옷걸이 앞에 멈춰 섰다.


“우선 앞치마부터 벗어 이 옷걸이에 걸게나.”

“옷걸이요?”

웬디는 나무를 거칠게 깎아 만든 듯한 기묘한 형태의 옷걸이를 살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숲의 마력은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 잔해를 묻히고 실내를 돌아다니면, 가구들이 바닥에 뿌리를 내리려 한다네. 자네도 모르게 의자 다리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외출 후엔 반드시 여기서 옷을 정리하고 신발을 갈아신도록 하게.”

웬디는 상상만으로도 기괴한 풍경에 서둘러 앞치마를 벗어 걸었다. 푹신한 실내화로 갈아 신고 그를 따라 들어선 곳은 응접실이었다.


“산장에 막 도착했거나 떠나는 손님들은 예외 없이 이곳에 들려 나와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다네. 혹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겠나?”

웬디는 곧장 답하지 않고 대신 응접실 내부를 찬찬히 훑었다. 성인이 누워도 될 만큼 넉넉한 소파와 테이블, 찻잎 통이 놓인 협탁과 아치형 벽난로까지. 언뜻 보기엔 특별한 게 없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내 웬디의 시선이 벽난로 안쪽에서 멈췄다. 그 속에는 붉은 화염 대신, 푸른빛과 보랏빛이 기묘하게 섞인 불꽃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평범한 응접실에 유일하게 이질감을 내뿜는 건 오직 그곳뿐이었다.


“혹시 저 벽난로 때문인가요?”

웬디가 벽난로를 가리키며 묻자, 에드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일세. 저 벽난로는 나무를 태우지 않지. 대신 산장을 찾는 손님들이 품고 온 질척한 피로와 해묵은 근심을 연료 삼아 타오른다네.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법이지.”

웬디는 일렁이는 푸른 불꽃을 가만히 응시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느꼈던 막연한 안도감은, 어쩌면 저 불꽃 덕분이었을지도 몰랐다.


“만약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이 방문한다면, 자네가 이곳으로 모셔 이야기를 들어주게나.”

“네, 꼭 그렇게 할게요.”

에드먼드는 계속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응접실 옆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창문이 없는 대신 사면의 벽이 온통 책장으로 가득 찬 서재였다.


“여기는 펠의 방이자 서재라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펠에게 허락을 구하고 마음껏 빌리도록 하게.”

“까악! 어서 와!”

펠은 날개를 활짝 펼쳐 웬디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부리를 세심하게 움직여 거치대에 펼쳐진 채 고정된 책 페이지를 넘겼다. 서재는 펠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듯했다. 곳곳에 설치된 작은 선반 위에는 빛바랜 양장본과 돌돌 말린 양피지가 가득했고, 천장에는 각종 열쇠가 별자리처럼 곳곳에 매달려 있었다.


“펠은 산장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있지. 거기에 더해 예비 열쇠들을 책임지고 있다네.”

“에헴! 에헴!”

펠은 일부러 큼지막하게 헛기침하며 의기양양한 기색을 내비쳤다. 에드먼드는 그런 펠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본 뒤, 자연스럽게 서재를 빠져나왔다.


“로비나 식당은 이미 둘러봤으니, 이제 1층에서 남은 곳은 한 군데뿐이군.”

“아직 안 가본 곳이 있나요?”

에드먼드는 복도를 두리번거리는 웬디를 데리고 다시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은 당장 오늘 아침에 들렀던 곳이잖아요.”

“집무실은 그렇지. 하지만 저기는 아직 안 가보지 않았나?”

웬디는 에드먼드가 가리키는 집무실 벽면을 자세히 살펴봤다. 진갈색 원목 책장 뒤로, 장식품인 줄로만 알았던 은색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본관의 다른 문들이 진한 녹색을 띠는 것과 달리, 그 문은 정교한 세공이 촘촘히 박혀 있어 신비로운 존재감을 뿜어냈다.


“외부인에게는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공간이지만, 이제 자네도 식구가 되었으니 특별히 보여주지.”

에드먼드는 주머니에서 나비 문양이 새겨진 정교한 은색 열쇠를 꺼냈다. 자물쇠 구멍에 넣고 돌리자, 경쾌한 금속음이 들렸다. 문이 열리는 찰나, 좁은 틈새로 폭포수 같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눈부신 광채에 무심코 손으로 앞을 가렸던 웬디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을 거두었다.


“맙소사.”

웬디의 눈앞에 펼쳐진 건 수천 종류의 꽃들이 지평선 끝까지 일렁이는 꽃의 바다였다. 칙칙한 서류로 가득한 집무실과 연결되어 있다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황홀한 광경이었다. 무수한 꽃의 세상 속으로 먼저 발을 들인 에드먼드가 웬디를 돌아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 화원에 온 걸 환영하네.”

에드먼드는 화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웬디는 그곳을 단순히 화원으로 정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웬디는 얼음 위를 걷듯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화원에 들어섰다. 숨을 크게 들이켜자 갓 피어난 청초한 봄꽃부터 한여름의 짙은 풀 내음, 늦가을 국화의 서늘한 향과 겨울 매화의 깊은 향까지, 자칫 어지러이 섞일 수 있는 수천 개의 향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웬디의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곳은 산장 식구들만 입장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네. 자네도 출입은 가능하지만, 이곳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함부로 열지 말게. 잘못하면 엉뚱한 장소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에드먼드의 경고가 귓가를 스쳤지만, 웬디는 대답조차 잊은 채 꽃의 바다에 시선을 빼앗겼다. 보석을 잘게 부수어 놓은 듯한 푸른 잔디와 손바닥보다 큰 작약,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장미들이 그녀의 눈을 현혹했다. 절대 동시에 피어날 수 없는 꽃들이 모인 이 공간은 시간의 흐름이 비껴가는 성역처럼 느껴졌다. 경이로운 광경을 앞에 둔 웬디는 심장이 터질 듯한 감동을 느꼈다.


“에드...”

무심코 에드먼드를 부르려던 웬디는 말없이 화원을 거닐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에드먼드는 화원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철제 테이블과 의자를 손끝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꽃무늬가 선명한 찻잔과 찻주전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외롭게 놓여 있었다.


“여기는 숲의 마력이 가장 밀집된 장소라네. 그렇기에 여기에 있는 꽃들은 보기 좋은 장식이 아니라, 숲의 마음을 대변하는 매개체나 다름없지. 만약 숲이 슬퍼하면 저 끝에 있는 안개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숲이 노하면 넝쿨들이 본관 벽을 타고 올라온다네.”

웬디는 그제야 펠에게 들었던 숲의 기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그러면 에드먼드 씨는 숲이 어긋나지 않게 조율하시는 건가요?”

“조율이라는 말은 다소 오만한 표현이군. 나는 그저 숲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지.”

에드먼드는 그렇게 말하며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화원 너머의 숲을 빤히 응시했다. 수만 송이의 꽃들에 둘러싸인 에드먼드는 신기하게도 풍경 속에 녹아든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멀리 홀로 피어난 한 송이 꽃이 웬디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른 꽃들과 격리된 채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는 붉은 꽃이었다. 꽃잎은 맑은 물에 빨간색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 듯했고, 중심부에는 금가루가 내려앉은 것처럼 미세한 입자가 반짝였다. 하지만 웬디가 그 꽃에 매료된 이유는 아름다운 외형만이 아니었다.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 탓이었다. 마치 그녀와 꽃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이 단단히 이어진 듯한 오묘한 감각이었다. 웬디가 홀린 듯 발을 떼려던 찰나,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에드먼드가 나직하게 물었다.


“그 꽃에 관심이 생겼나?”

“관심이라기보단 무언가 그리운 느낌이 들어서요.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어째서인지 마음이 저쪽으로 기우네요.”

에드먼드는 웬디와 붉은 꽃을 번갈아 바라보며 묘한 눈빛을 보였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이군. 저 꽃은 메리가 찾아준 꽃이거든.”

“엄마가요?”

깜짝 놀란 웬디는 붉은 꽃을 다시 바라봤다.


“그 말괄량이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산골짜기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저 꽃을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걸세. 이 화원에 뿌리를 내린 지 십수 년이 지났건만, 나를 제외하고 꽃이 반응을 보인 건 자네가 처음이군.”

에드먼드는 연신 흥미롭다는 듯 턱수염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학구적인 열의와 기묘한 사색이 스쳤다.


“자네와 저 꽃 사이에 메리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건지. 나중에 따로 조사를 해봐야겠군.”

혼잣말처럼 조용히 중얼거리던 에드먼드는 손가락을 튕기며 웬디의 시선을 돌렸다.


“우선은 밖으로 나가지.”

“벌써요?”

웬디는 여전히 붉은 꽃에 미련이 남은 듯했지만, 에드먼드의 대답은 단호했다.


“오늘은 이런 장소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온 것이잖나.”

웬디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문밖으로 걸어 나왔다. 에드먼드가 열쇠를 돌려 문을 잠그자, 집무실에는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화원이 주는 충격이 워낙 컸던 탓인지, 웬디는 2층에 올라와서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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