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 아침은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밝은 햇살과 함께 시작되었다. 밤새 내린 서리는 본관 창문에 정교한 눈꽃 문양을 새겨놓았다. 집무실 책상 위에는 웬디와 에드먼드가 며칠에 걸쳐 정성껏 써 내려간 편지 봉투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웬디가 봉투들을 줄로 엮어 들기 쉽게 만드는 사이, 현관을 두드리는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웬디 씨!”
문 너머에는 날개 달린 모자를 쓴 편지 배달부, 닉이 서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갈색 조끼와 어깨에 두른 가죽 가방 차림은 여전했다. 닉의 어깨 위에는 서리가 맺혀 있었지만, 모자 아래로 언뜻 보이는 입에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닉! 오늘은 편지가 조금 많은데 괜찮을까요?”
“산장 손님들에게 보낼 편지들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에드먼드 씨가 매년 이맘때쯤 편지를 쓰신다는 걸 알아서, 오늘은 가방을 비우고 왔어요.”
닉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가방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 웬디는 두 뭉치로 엮은 편지 봉투들을 들고나와 닉의 가방에 구겨지지 않게 넣었다. 그리곤 하얀 봉지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이건 마가렛이 아침에 찐 고구마에요. 아직 따끈따끈하니까 가시는 길에 드세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봉지를 받아 든 닉이 활짝 웃었다.
“고소한 냄새가 벌써 맛있어 보이네요. 마가렛에게 잘 먹겠다고 전해주세요!”
닉은 모자 끝을 가볍게 까딱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왔던 길을 바람처럼 되돌아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새해의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 닉이 떠난 뒤, 산장에는 본격적인 새해맞이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에드먼드는 본인이 지저분한 것에 연연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손님과 관련된 장소에 한해서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함을 원했다. 그래서 손님을 맞이하는 1층 현관과 별채는 에드먼드가 직접 청소하기로 했다.
펠은 자신의 서재와 사람 손이 쉽게 닿지 않는 천장 부근을 청소했고, 마가렛은 주방의 모든 식기를 꺼내 레몬 향이 나는 세정제로 닦아냈다. 마지막으로 웬디는 본관 2층의 세탁실과 창고의 정리를 담당했다. 세탁실 청소 과정은 간단했다. 습기가 빠져나가는 창문 주변에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특별한 세제를 뿌리고, 호수 요정의 축복이 담긴 물통을 갈아주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2층 복도 끝에 있는 거대한 창고였다.
“여기는 정말 없는 게 없네.”
침구류나 생필품을 보관한 입구 쪽은 그나마 관리가 되어 깨끗하지만, 손님들이 남기고 간 물건이나 유물을 보관하는 창고 안쪽은 회색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은 상태였다. 웬디는 에드먼드가 건네준 마법 먼지떨이를 들고 먼지가 낀 선반을 툭툭 두드렸다. 먼지떨이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뽀얀 먼지들이 실뭉치처럼 뭉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예상보다 뛰어난 먼지떨이의 성능에 웬디는 내친김에 선반에 올려진 상자에 쌓인 먼지까지 털어냈다.
“날 당장 풀어줘!”
“펜촉에 먼지가 끼었어! 제발, 이 먼지 좀 떼줘.”
상자에 담긴 유물들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자신을 꺼내달라 소리치는 장갑부터 먼지를 떼어달라고 애원하는 만년필까지, 제각각 다른 요구를 하며 웬디의 관심을 끌었다.
“제일 시끄럽게 하는 놈들은 먼지를 마지막에 털어줄 거야.”
하지만 산장의 마법에 익숙해진 웬디는 이제 그런 소리에 놀라기는커녕 무덤덤하게 농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접이식 사다리를 옮겨 다니며 먼지를 털어낸 뒤에는 물기가 마르지 않는 수건과 목재 향이 나는 탈취제까지 뿌려주자, 칙칙하던 창고 내부가 멀끔해졌다. 그 과정에서 바닥에 뭉쳐서 떨어진 먼지들은 어느새 양손으로 집어도 모자랄 만큼 부피가 커져 있었다. 먼지를 뭉쳐 비닐봉지에 남김없이 넣고 입구를 세 번 묶어낸 웬디는 머리에 쓴 두건과 마스크를 벗고 상쾌한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좀 깨끗해졌네.”
청소 도구들을 내려놓고 지저분한 곳이 없나 훑어보던 웬디는 문득 무거운 상자 사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작은 틈새를 발견했다. 선반의 제일 아래쪽, 벽과 바닥이 만나는 자리에 꽃으로 장식된 상자 하나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웬디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상자를 꺼냈다. 상자 위에 투박하게 적힌 ‘손님들의 편지’라는 글씨에서는 에드먼드의 글씨체가 보였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뚜껑을 열자, 산장의 역사만큼이나 빛바랜 종이 냄새가 웬디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상자 속에는 그동안 산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남기고 간 편지와 쪽지들이 연도별로 묶여 있었다. 누군가는 그저 잘 쉬다 간다는 짧은 인사를 남겼지만, 누군가는 잃어버린 꿈을 찾았고, 또 누군가는 이곳에서 마음의 병이 나았다며 깊은 감사를 보냈다. 잉크가 푹 내려앉은 편지들을 읽던 웬디는 괜히 자신이 뿌듯해져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편지를 구경하던 웬디의 눈에 유독 이질적인 편지 하나가 닿았다. 대부분 오래된 편지들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느라 누렇게 변해 있었지만, 그 편지는 가장 오래된 편지들 사이에서도 정갈하기만 했다. 웬디는 테두리에 노란 꽃장식이 있는 편지를 꺼내 들었다.
[사랑하는 에디에게]
“흡!”
수신인에 적힌 글자를 본 웬디가 입을 틀어막았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에디’라는 애칭으로 보아 편지의 주인이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본 것이다. 편지에는 섬세한 필체가 종이 위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당신이 결국 세상의 소음을 뒤로하고 숲으로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시끌벅적한 세상이 마음을 자꾸만 갉아먹는다는 당신의 말도 최근 들어 조금은 알 것 같아. 하지만 에디, 나는 여전히 이곳에 남은 사람들의 온기를 믿어. 세상에는 나쁜 사람만큼이나 좋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물론 당신이 그동안 겪은 아픔과 당신이 선택한 그 고요 또한 존중해.
한 가지만 기억해 줘. 비록 우리는 멀리 떨어지게 됐지만, 당신이 세상으로 향하는 작은 창문 하나를 열어둔다면, 창가에 당신을 위한 꽃 한 송이를 가져다 놓을게. 당신이 지은 그곳이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따뜻한 휴식처가 되길 빌게.
당신의 꿈을 응원하는 리안이]
웬디는 편지를 다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갑자기 화원 중앙에 주인을 기다리듯 놓여 있던 찻잔,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에드먼드의 표정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웬디의 예민한 직감이 편지와 찻잔의 주인공이 같은 인물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다시 상자에 넣은 웬디는 아직 가시지 않은 여운을 품은 채 식당으로 향했다. 에드먼드와 오래 알고 지냈던 마가렛이라면, 리안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일찍 식당 청소를 마친 마가렛은 냄비 속 고기 수프의 간을 보며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저분한 창고 청소하느라 고생했구나.”
웬디를 발견한 마가렛은 국자를 휘저으며 그녀를 환영했다. 웬디는 그녀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입을 뗐다.
“마가렛, 혹시 리안이라는 분에 대해 아세요?”
“리안?”
마가렛은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웬디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녀는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창고에 있는 편지를 찾아낸 모양이구나.”
“맞아요. 편지가 가득한 상자 속에 들어있었어요.”
“리안,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구나.”
마가렛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물씬 묻어났다. 잠시 후, 마가렛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코코아 한 잔을 웬디에게 내어주며 리안에 대해 알려줬다. 에드먼드와 리안은 윙그리폰 마법학교 시절부터 유명한 단짝이었다.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던 에드먼드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마법 부대에 입대했지만, 점차 압살드라의 추악한 현실에 지쳐갔다. 그런 에드먼드를 데리고 세상 밖으로 이끌어 준 인물이 바로 리안이었다.
“리안은 선하다는 단어를 형상화한 듯한 아이였어. 그래서 사람들의 선의가 가진 힘을 믿었지.”
웬디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마가렛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알다시피 에디는 깊은 숲으로 들어와 산장을 지었고, 리안은 세상에 남아 사람들을 도우려 했지. 에디는 어떻게든 리안을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이곳에 정착하고 말았지.”
“두 분은 서로 가고자 하는 길이 달랐던 거네요.”
“그래, 맞단다.”
“그러면 다퉈서 헤어진 게 아닌데, 왜 아직도 서로 연락을 안 하는 거죠? 한 번쯤은 서로를 찾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웬디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화원에 정갈하게 놓여 있는 찻잔을 떠올렸다. 만약 에드먼드의 마음이 돌아섰다면, 그가 그토록 지극정성으로 테이블을 정돈할 리 없었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매년 편지를 보낼 기회가 있었음에도, 번번이 그녀를 외면하고 말았다. 웬디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마가렛은 젓고 있던 국자를 잠시 멈추고 웬디를 가만히 바라봤다.
“웬디, 그동안 에디가 너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강요한 적이 있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웬디는 당황했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면 에드먼드는 웬디가 무언가 실수할 때도 ‘그럴 수 있지’라며 가볍게 넘어가거나 묵묵히 지켜볼 뿐, 딱히 그녀의 행동에 개입한 적은 없었다.
“아니요. 에드먼드 씨는 항상 제 결정을 존중해 주셨어요.”
“에디는 그런 아이란다. 자신이 직접 움직여 무언가 일궈낼지언정, 남의 삶에 참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에디는 리안이 걷기로 한 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을 거야. 혹시나 자신이 그 아이를 부르면, 리안이 가진 숭고한 책임감이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마가렛은 에드먼드의 속내를 꿰뚫어 보듯 온화하게 말했다. 그러나 웬디의 표정은 여전히 펴질 줄 몰랐다.
“그러면 에드먼드 씨는 리안 씨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건가요? 언제 올지도, 아니, 영영 안 찾아올지도 모를 분을요?”
“에디가 이곳에 사계절이 피는 산장을 지은 이유를 알고 있니?”
인자한 눈빛으로 웬디를 바라보던 마가렛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웬디는 에드먼드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산장의 목적을 떠올리며 답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에디가 숲에 결계를 설치하면서까지 산장을 지은 이유는, 언젠가 세상에 지친 리안이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했기 때문이란다. 그 애가 얼마나 고단한 일을 하든, 이곳만큼은 일년내내 변치 않는 온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거야.”
어느 먼 과거를 응시하는 듯한 마가렛의 눈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리움과 씁쓸함이 녹아 있었다.
“마가렛은 리안이라는 분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나요?”
“글쎄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는 도통 모르겠구나. 에디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어 모를 거야. 그저 창가에 꽃 한 송이를 놓겠다는 약속을 붙잡고 이 자리에서 머물고 있을 뿐이지.”
마가렛은 무심한 척해도 에드먼드의 마음속에 여전히 어린 소년이 살고 있다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웬디는 입을 쭉 내밀며 불만스러운 기분을 여실히 드러냈다.
“어떻게 지내는지, 살아있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건, 너무 미련한 것 같아요.”
마가렛은 그런 웬디를 이해한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나도 네 말에 동의한단다.”
그러나 마가렛은 곧바로 다정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미련이 삶을 지탱하는 커다란 기둥이 되기도 한단다.”
마가렛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주방 일에 집중했다. 웬디는 다 마신 코코아 잔을 내려놓고 주방을 나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에드먼드가 화원에서 초대장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산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초대장을 날려 보내는 건,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행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리안이 끝까지 믿고 싶어 했던 세상의 선의와 사람들의 온기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매번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충분히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 바깥세상에도 아직 따뜻한 빛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리안의 믿음이 틀리지 않기를, 그럼으로써 그녀가 언젠가 이 숲을 찾아왔을 때 웃으며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지독한 기다림. 그렇게 생각하니 에드먼드가 안타까워 가슴이 아릿하게 저렸다.
잠시 후, 대청소를 마친 기념으로 산장 식구들이 모두 식당에 모였다. 마가렛이 공들여 준비한 고기 수프와 빵, 그리고 달콤한 과일들이 식탁 가득 차려졌다. 펠은 서재에서 가져온 시집을 낭독하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헨리만이 경청해서 들을 뿐 밍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사과를 먹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웬디 역시 그 분위기에 섞여 웃으며 식사를 즐겼지만, 시선은 자꾸 건너편에 있는 에드먼드에게 향했다.
* *
숲에 밤이 찾아올 무렵, 외투를 걸치고 바람을 쐬러 나왔던 웬디는 집무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을 발견했다. 에드먼드는 애용하는 안락의자에 앉은 채 창밖의 짙은 어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웬디는 잠시 복도에 멈춰 서 그런 에드먼드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숲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관리하고, 수만 송이의 꽃을 가꾸는 마법사의 어깨가, 오늘따라 유독 쓸쓸하게 느껴졌다.
“할 말이라도 있나, 웬디?”
웬디가 조용히 물러나려는 찰나, 에드먼드가 그녀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깜짝 놀란 웬디는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집무실 안으로 내밀었다.
“잠이 안 와서 잠깐 산책이라도 하려고요.”
“숲의 밤은 추우니 옷을 단단히 껴입도록 하게.”
에드먼드는 웬디의 옷차림을 훑어보며 말했다. 무뚝뚝한 목소리 속에는 따뜻한 조언이 담겨 있었다.
“에드먼드 씨.”
“응?”
“만약 에드먼드 씨에게 예상하지 못한 기적이 일어나면 어떨 것 같으세요?”
다소 엉뚱한 질문이었지만, 에드먼드는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답했다.
“기적을 예상할 수 있다면, 그건 필연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어, 그러면 예기치 못한 행운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면요?”
웬디는 어떻게든 리안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려 에둘러 말했다. 에드먼드는 어색하게 웃는 웬디를 의아한 눈길로 쳐다봤지만, 가벼운 태도로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하지만 나는 손님처럼 찾아오는 행운보다는 식구처럼 남는 행복이 더 좋다네.”
그 말에 웬디는 슬며시 에드먼드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에드먼드 씨는 지금 행복하신가요?”
“물론이지. 지금처럼 손님들을 맞이하고 평화 속에서 사는 것만큼 행복한 삶이 있을까?”
에드먼드는 그렇지 않냐고 되묻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모습은 언뜻 보기에 평온해 보였지만, 웬디의 눈에는 수면이 얼음으로 덮은 호수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잔잔하지만 아무도 닿지 못한 바닥에는 그리움이 고여 있는 호수였다. 웬디는 그렇다는 짧은 대답을 남기고 도망치듯 집무실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