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이 사랑한 차찬탱 맛집
내가 장국영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장국영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며 온 세상이 시끌벅적했던 2003년, 나는 초등학생이었기에 그저 '누군진 몰라도 유명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구나.'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중경삼림 등의 그 시절(!) 홍콩 영화에 빠져 비로소 장국영이라는 배우를 만나게 된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작품인 '꽃'의 시구처럼, 명명(命名) 행위 이전의 그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후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 꽃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홍콩 여행에서는 그가 생전에 자주 찾았다던 차찬텡(음식과 차를 가볍게 즐기는 식당)인 '미도 카페'를 방문하기로 결심하였다.
워낙 유명해서 아침부터 줄을 서는 곳이라기에 걱정하며 갔지만, 애매한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대기 손님 없이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1층에도 좌석이 있었지만 접객 공간으로 운영하지는 않는지 2층으로 가라기에 올라갔더니, 1층과는 사뭇 다른 레트로 그 자체의 분위기가 펼쳐졌다. 색색의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나른한 햇빛과 따뜻한 색감의 타일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군데군데 깨진 창문은 테이프로 임시 마감 조치가 되어 있었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는지 추정하기 어려운 구식 에어컨은 덜덜거리며 나를 맞아 주었다.
늦은 점심을 먹는 현지인 몇 팀이 있었고,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친구와 나뿐이었다. 무심하게 놓인 메뉴판을 열어 보니,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가짓수의 메뉴들이 있었다. 클럽 샌드위치를 먹어 볼까, 토스트를 먹어 볼까 고민을 좀 하다가 차찬텡의 대표 격인 프렌치토스트와 차가운 밀크티를 주문했다.
밀크티는 특별하진 않았지만 달지 않아서 좋았다. 고소한 우유에 홍차 베이스를 탄 밀크티의 맛 그 자체! 자잘한 얼음을 굴려가며 크게 한입 마셔보니 92%의 습도를 자랑하는 홍콩의 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이윽고 나온 프렌치토스트는 쿨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토스트는 딱 봐도 굉장히 달아 보이는 시럽을 잔뜩 품고, 무심하게 올려진 버터 모자를 쓰고 있었다. 단 하나의 자투리 공간에도 버터가 발리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에 나이프로 버터를 싹싹 펴 발랐다. 두툼하게 자른 후 입에 넣으니 고소하고 달콤한 맛의 향연이었다. 하루종일 걸어서 떨어져 가는 체력이 단숨에 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달까. 아! 밀크티도, 토스트도 정말 맛있었다.
성미가 급한 편이라 카페에서 볼 일 다 보면('다 먹으면'이라는 뜻.) 얼른 일어나야 하는데, 미도 카페에서는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을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바로 옆의 공원에서 들려오는 기분 좋은 오후의 소리들과, 휴식 그 자체를 추구하는 듯한 미도 카페 자체의 분위기가 긴장 100% 상태였던 나를 느슨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체력 회복까지 도와주는 맛있고 달달한 간식들까지! 언젠가 장국영을 만나게 된다면 '그 카페 참 좋더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당신도 일상 속의 휴식을 위해 그 카페를 자주 찾은 것인지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다음에 재방문은?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