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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서시 Apr 16. 2016

맹우설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음을 논하다

 어느 마을에 한 부자가 있었다. 생일이 되자 부자는 큰 잔치를 벌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외양간에 소를 묶고 그 옆에는 장에서 사온 꿩을 묶어놓았다. 그런데 저녁에 큰 바람이 불어 외양간이 무너져 내렸다. 꿩이 달아나고자 깃을 추스르는데 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꿩이 묻기를,

 “옛 선현들이 말하기를 혈기가 있는 것은 크고 작은 것을 떠나 삶을 도모하고 죽음을 꺼려하는 법이라 하였거늘, 그대는 큰 뿔과 발굽이 있는 힘이 센 짐승이요, 어찌 사는 것을 도모하지 않는가.”

 하였다.

 그러자 소가 대꾸하기를,

 “소라는 짐승은 들짐승과 달리 사람이 기르는 짐승이요, 낮에 일을 하는 대가로 저녁에 비바람을 피할 거처를 얻고 씹을 여물을 얻었네. 그런데 나와 다른 소들이 작은 목숨을 아까워하여 은혜를 잊고 도망간다면 사람이 어찌 소를 믿을 수 있겠는가.”

 라고 하였다.

 이에 꿩이 달아나며 소를 비웃었다.

 “큰 짐승의 눈으로 볼 때 벼룩의 다리는 작지만, 벼룩에게 그 다리는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다리가 그렇거늘, 어찌 하나 뿐인 목숨을 스스로 작다 하여 버리려 하는가. 본디 하늘은 사람의 일을 도우라고 소를 낳지 아니하였다. 본디 모든 짐승은 산과 들에서 사는 것이 제 본성이거늘 사람이 제 쓸모가 있어 소의 본성을 가두고, 살리기 위해 외양간을 짓고 여물을 주었더니 그 것을 은혜라 여기는구나. 어리석은 소야. 네가 사는 길을 걷지 않고 뿔과 발굽을 쓰지 아니하니, 이제 사람이 네 사는 길을 거두고 너를 죽여 대신 네 뿔과 발굽을 쓸 것이다.”

 내가 남쪽 땅을 지날 때의 일이었다. 소란이 있어 물으니, 한 무리의 일꾼들이 모여 쟁의를 벌이고 있었다. 그것을 두고 다른 일꾼들이 혀를 차며 말하기를,

 “주인은 우리에게 옷과 품삯을 주니 하늘이 주인에게 순종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 하였거늘, 저들은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니 불손하고 두려울 뿐이다.”

 라고 하였다.

 내가 그 말을 듣고 놀라 하늘을 보며 과연 뜻이 그러한가, 묻고 물었으나 하늘은 대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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