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 어딘가에 패배가 살고 있다.
놈은 짙은 나이테처럼 손가락의 지문처럼 이제 내 몸이 되어버렸다.
놈은 내가 어디로든 나아가려 할 때 나를 당긴다.
하여 나는, 움을 틔울 때 잎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는 나무가 되어버렸다.
이 겨울은 깊어서,
모든 잎을 떨어뜨려도
찬 바람이 무겁다.
겨울이 깊을수록 나는 봄을 생각하여야 하고, 그러자면 어디로든 내가야 하는데, 또 놈이 나를 당기고,
나는 볼을 긁는다. 껍질같이 묵어버린 피부를 긁는다.
겨울이 깊다.
이리도 겨울이 깊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