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믹스커피

by 엽서시
믹스커피.jpg

단 것과 쓴 것.

흰 것과 검은 것.

명백한 것도 온전히 나누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이 사실이 나를 깨운다.

종이컵에 담긴 이 뜨거운 사실은

또 금방 미지근해져 넘기기도 싫은 진실이 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조차 쉽지 않아

우리들은 달아도 써도 삼켜야 한다.

희고 검은 것을 가리는데 지친 사람들은

눈을 감는 것이 차라리 낫다.

배고프면 먹이를 찾고

졸리면 제 둥지를 찾는

저 짐승들과는 그래도 다른 것이 있어

우리들은 배고픔을 참고

졸리면 이 한 잔 커피를 삼켜야 한다.

잠깐 잠이 깨면

우리들은 사무실로 향한다.

입에 가시지를 않는 씁쓸함을 안고

흰 불빛이 환하기만 한 사무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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