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가끔씩, 바람 같이 불어오는 허전함
짧게 다닌 직장을 나와
밤과, 그리고 오전이 길어졌던 날에
어느 꿈을 꾼 적이 있다
내 안에
있는 동물원의 우리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꿈이었다
숨이 멎었다
몇몇 우리가 열려 있었다
우리 안에는
도무지 찾을 길이 없을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무엇이 달아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총명일까
도전? 아니면 정의감이라거나…….
꿈을 깨고 일어났을 때
나는 짧은 글을 휘갈겨 적었다
적어도 아직 내 안에
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서,
가장 안에 있는 낡은 우리에
시는 우울한 눈빛으로 쭈그리고 앉아
말라붙은 물그릇을 보며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직장에 출근을 하고
밤은 짧아지고 아침이 사라졌다
나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나는 내게서 달아난 것들,
어쩌면 세 마리의 표범인지도 모르지 -
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산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은 것처럼 산다
그러나 가끔은 생각한다
그것들은 다른 어떤 누군가의 가슴으로 달아나 살고 있을까
파란 잔디가 깔리고 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서
팔다리를 죽 뻗으며 살고 있을까
낡고 텅 빈 우리같은 가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누릿한 냄새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