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오
나는 다를 것이라고 소리치던 적이 있었다
얼마나 우스우냐
나도 뿌리를 내리면, 나도 가지들을 내고
잎을 피우고
나무기둥을 살찌우고 나면……
내기를 내걸 듯 빌었던 바람들이
어느 순간 이루어지고 나니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내 빛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게
남들과 같이 낯빛을 바꾸고 바꾸고 바꾸며……
하여 어느 날 하늘이 그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따져 묻는 표정으로, 나를 치어다 보았을 때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남들처럼 눈을 내리깔았다
그런데 너, 솔이여!
너는 어찌 한빛으로 여전하느냐
네 한빛을 위해 네가 깎고 죽인 무수한 너를 발등에 쌓아둔 채,
한빛으로,
우뚝 일어서 있는 파도처럼 엄정한, 저 영하의 벽을 앞에 두고도,
너는 한빛으로, 한 낱의 변화 없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마치 흐르는 물과 바위와 대나무와
그리고 저 달이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