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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오우가(五友歌)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오

by 엽서시

나는 다를 것이라고 소리치던 적이 있었다

얼마나 우스우냐


나도 뿌리를 내리면, 나도 가지들을 내고

잎을 피우고

나무기둥을 살찌우고 나면……

내기를 내걸 듯 빌었던 바람들이

어느 순간 이루어지고 나니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내 빛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게

남들과 같이 낯빛을 바꾸고 바꾸고 바꾸며……

하여 어느 날 하늘이 그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따져 묻는 표정으로, 나를 치어다 보았을 때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남들처럼 눈을 내리깔았다


그런데 너, 솔이여!

너는 어찌 한빛으로 여전하느냐

네 한빛을 위해 네가 깎고 죽인 무수한 너를 발등에 쌓아둔 채,

한빛으로,

우뚝 일어서 있는 파도처럼 엄정한, 저 영하의 벽을 앞에 두고도,

너는 한빛으로, 한 낱의 변화 없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마치 흐르는 물과 바위와 대나무와

그리고 저 달이 그러하듯이


소나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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