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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나는 어째서 너를 끊어내지 못하나

내 마음으로 수없이 내리친 네게는

by 엽서시

나는 어째서 너를 끊어내지 못하나

내 마음으로 수없이 내리친

네게는 생채기만 가득하여

작은 돌부리에도

아물기는커녕

바람만 불어도 먼 하늘에서 불어내리는

바람만 스쳐도 너는 아파 울었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너와 이어져 있다는 말은

또 결코 아니다

어느 한길가의 외진 구석에

낙엽들과 함께

또는 길가의 식당에서 내어놓은 종량제 봉투와 함께

네가 끊어낸 내가 누워 있다

나뭇가지처럼 말라 붙어 있는 내가 있다


끊어낼 수 없다면


어쩌면 나는

너를 내가 사랑하던 너를

어여쁘던 너를

삼켜내야 하는 것일까

올챙이가 온몸으로 제 꼬리를 삼키듯이

그리고 다른 무언가가 되어 미지(未知)로 풀쩍 뛰어가듯이

나 역시 온몸으로 네 상처를 삼켜야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네 상처를 삼켜

내 상처로 만들기에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긴긴 겨울을

칼바람이 줄곧 잉잉 울어댈 것이 예고된다는 이 겨울을

나는 네 상처와 네 울음과 같이 함께 아파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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