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옥에서 오랫동안 감독관의 업무를 맡아 왔다
죄인들이 아우성치는 것이 그에게는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와 같았다
용광로의 불이 서늘해지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불이 너무 타올라 연료가 일찍 동이 나는 일이 생기지는 않는지
그는 세심하게 살폈다
죄인들이 몸을 문대고 비벼대야 하는 칼날이 혹시 닳지는 않았는지
죄인들의 살을 파먹는 독충들이 식욕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그는 세심하게 살폈다
그 업무에 몰두한 나머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눈인사는커녕 그대로 누워 곯아떨어지는 일이 잦았음에도
그는 자신의 일에 소홀한 법이 없었다
그가 지옥에서 감독관 업무를 한 지
오백 년, 천 년 어쩌면
만 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을 때
악마가 나타나 그의 손목을 잡았다
악마와 함께 지옥의 입구를 향해
지옥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 길을 걷는 동안
그는 감개무량하려 하였으나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대단하더군, 우리는 늘 자네를 지켜보았다네
자네는 불평도 불만도 한 마디 없이 그 긴 시간을 지냈더군
악마가 말했다
그럼,
그가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
제 속죄는 이제 끝난 건가요?
그의 물음에 악마가 웃었다
속죄?
속죄는 시작도 하지 않았어
이건 시험이었네
혹시나 싶어 치른
마지막 시험이었다
악마는 낄낄, 낄낄, 낄낄낄낄낄낄낄낄, 낄낄낄낄, 낄낄, 낄낄낄 하고 웃더니
어서 저쪽으로 가 줄이나 서, 이 사람아,
하고는 사라졌다
지옥의 입구에는 죄인들의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는 후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오랬동안 맡아 왔던 업무처럼 줄의 끝을 향해 익숙하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