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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홍매화

하늘더러 보라고, 하늘께서 보시고

by 엽서시

나무가 저렇게 제 꽃을 하늘로 피워 내는 것이 나는 늘 궁금하였다

제 뿌리에 모은 물을 어째서 어찌하여 저렇게 하늘 보란듯이 거슬러 올려내는 것인지

우리는 다르지 않은가


눈물은 어찌나 무거운 것인지

하늘에 보이기는커녕 아래로 떨어져 닿을 길 없이 사라지는 것을


그런데 어느 날 도로 옆에 뽑혀있는 나무의 뿌리를 보고 알았다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땅에 스며든 눈물 어느 하나 허투루 새지 않고

땅의 가장 깊은 곳에 고여드는 것을,


뿌리는 그 어느 눈물 하나 놓치지 않는다, 그 하나 하나 모두 뿌리로 모아내 제 글씨로 다시 적어 저렇게 피워낸다

하늘더러 보라고, 하늘더러 보라고,


그리하여 또 어느 날은 비가 내리고, 길 위에 꽃잎 하나 남지 않고 사라진 것을,

나는 보고 알았다,

그 밤, 하늘께서 거리에 나와 떨어진 눈물 한 장 한 장 모두 주워다가 한 줄 한 줄,

다 읽고 가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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