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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산의 시어(詩語)

by 엽서시

시(詩)란 무엇이냐, 산이 물었다

운율(韻律), 나는 생각했다, 등산로 위 걸음의 반복, 들숨과 날숨의 반복, 나무의 반복, 꽃잎의 반복, 움트는 잎의 반복, 저어기 날아가고 있는 “까-아…까-아…” 까마귀 울음의 반복…


시(詩)란, 무엇이냐, 산이 물었다

함축(含蓄), 헐떡거리며 나는 생각했다, 가지 모든 끝에 들어있는 잎과 꽃봉오리의 가능성, 마른 가지에 달려있는 저 꽃이 열매를 맺고 다시 그 열매가 영글어 가을 어느 날 툭 떨어질 가능성, 내가 밟는, 또는 내 눈이 닿는, 저 흙과 흙더미와 흙무더기 밑, 물기를 머금은 씨앗과 잠든 벌레와 아직 깨지 않은 알과 이제 움트는 떡잎의 가능성…


시(詩)란, 무엇, 이냐, 산이 물었다

심상(心象), 봉우리에 올라 날숨을 내뱉으며 나는 생각했-

-산과 산, 마음을 채우고 가슴에 들어차 다시 내 밖으로 솟구쳐 흘러나오는 산과 산…

산(山)은 시(詩)다,

두드리거나 밀어야 할 글자 하나 없이, 산은 이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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