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어쩌지 못하여, 어쩌지 못하여서.

by 엽서시

아이가 주워온

달팽이를

어쩌지 못하여

상추를 물에 씻는다


상추를 씻으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오늘 하루도

누군가 내게 주워온,


차마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하지 못하여서,

나는 살아가는 것이다

출근을 하고 부림을 받고 생각을 하고 그러다 밥을 씹고 수저로 국물을 뜨고 남의 말에 내 말을 얹고 흰 화면에 글자와 숫자를 적고 그러다 잠깐 졸기도 하고 시계를 보고 퇴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마치 이렇게 상추를 물에 씻듯이


일회용 주스컵 안에서 달팽이는 상추를 조금 먹는다

달팽이도 지금 어쩌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에게도 오늘 하루는 어쩌지 못하는 것들로 가득했으리라

어쩌지, 어쩌지, 얇은 껍데기 속에서 애태우던 하루였으리라


씻은 상추를 먹다 말고 달팽이가 존다

힘든 하루다

달팽이 앞에서 나도 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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