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엽서시

코피

by 엽서시

오늘도 코피를 쏟았다

화장실에서 코를 쥐고 있는다

(들켰으면 야근하는 거 티 내냐고 한 소리 들었겠지)


창 밖 길 맞은편에 독서실이 있다

나는 코를 쥔 채

그 독서실의 창이 훤히 밝은 것을 본다


신기한 일이지,

이렇게 늦게까지 저렇게들 환하게 밝혀놓고는,

그 아래에 밝은 것이란 없다는 것이.

애써 전기를 끌고 와 불을 환히 밝혀 놓고는, 막상 보고 있는 것이라곤 검은 글자와 숫자, 숫자, 숫자, 그리고 글자


그 이유를 묻는다면

무어라 말해야 할까


세상은 견디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견디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해야 할까

(메시지: 오늘 팀장님이 되는 사람들끼리 번개하자는데 어때? 괜찮지?)


어찌 말해야 할까

어찌 말할 수 있을까

까맣게 굳어가는 피를 보여주며

이런 것이야, 검게 바래는 것을 그저 놓아둘 뿐이야

어찌할 수 없는 것이거든

말할 수 있을까


알 턱이 없다

알 턱이 없으니

나는 내게 그런 질문을 할 아이가 없는 것이 상팔자구나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이제 사무실로 돌아갈 시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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