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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an 08. 2021

우리 회사가 디지털 전환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사람이 먼저다.

코로나 19는 디지털 전환을 강하게 압박했다. 3~4년 전부터 회사는 사업계획에 디지털 과제를 하나, 둘씩 넣기 시작했다. 물론 구색 맞추기였다. 실행이 어렵지 않으면서 디지털 느낌이 나지만 세심히 뜯어보면 디지털 전환 과제는 아닌 과제를 찾아냈다. 당연히 실효성은 없었고 디지털 전환은 조금도 되고 있지 않았다. 사업계획에는 100% 할 수 있는 일만 넣는다. 아닌 회사도 있겠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다. 디지털 전환은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 그래서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스며들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19가 우리 앞에 나타났고, 회사에 디지털 전환을 압박했다.


2021년. 코로나 19는 우리 코앞에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디지털 전환을 빼고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 이야기뿐이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변화는 강요되었다. 이 변화의 파도를 잘 타고 넘기 위해 너도 나도 혁신을 외친다.


혁신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고 말한다. 디지털 전환이란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같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사업 구조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거나,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 까지 포함한다. 여기에는 기획, 기술, 개발, 시스템, 돈, 경영진의 마인드, 조직원 등등 무수히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에 갖춰져야 할 가장 필수적인 요건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신정철 작가는 책 <메모 습관의 힘>에서 창의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먼저 <여덟 단어>의 저자 박웅현, 스티브 잡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뇌과학자 박문호가 생각하는 창의성을 소개한다.


─ 박웅현:

창의는 다르게 보는 것이다. 창의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 스티브 잡스: 

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창의성은 그냥 사물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 김정운: 

창조는 편집이다.


─ 박문호:
창의성이란 생물학적으로 기존 방법으로 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지고 있던 기억을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위 네 문장을 아래처럼 하나로 조합하고,

"청의성은 사물/기억을 색다르게 봄으로써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연결/조합/편집하는 것이다."


창의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창의성은 서로 다른 생각을 충돌시켜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어서 창의성으로 가는 2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첫 번째는 생각의 재료를 늘리는 것, 즉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두 번째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서로 충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쏟아져나와야하고 이 아이디어가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여야 한다. 우리 회사의 회의를 생각해 보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고 그 아이디어가 충돌하는 건 불가능해보인다. 


눈을 감고 자기 회사의 회의를 상상해보자. 지금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30분이 지났다. 아직까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10에 8, 9는 전무다. 전무가 없다면 상무일 것이고, 상무가 없다면 팀장, 팀장이 없다면 부장이 아직까지 말을 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다른 사람들은? 머리를 숙이고 노트에 선을 긋거나 핸드폰을 뒤적인다. 말하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감히 단정적으로 말하면, 우리 회사는 조직원이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 내 봤자 아무 소용없다, 는 것을 몸으로 터득했다. 자칫 잘못해서 반대되는 의견이라도 낸다면 내 목줄을 쥐고 있는 조직장이 날 안 좋게 볼지 모른다.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면박을 당할 거다. 그럼 내 얼굴을 빨개질 것이고, 당황하면 빨개지는 내 얼굴을 사람들에게 들키겠지? 아직까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 아이디어가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수용돼도 문제다. 그 일은 전부 내가 하게 될 테니. 융합이건 충돌이건, 그로 인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건 상관없다. 추진하는 아이템은 실패 확률 0%여야 하니까. 실패하면 전무님이 정말 싫어하시니까. 내 승진은 날아갈 테니까.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역시 몸으로 배워왔다.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야."


이런 문화에서는 '창의'는커녕 어떠한 그와 나 사이에 '창살'만 쳐질 가능성이 크다(미안하다. 전무님 개그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 위에서도 이를 알고 있다. 2020년 말부터 2021년 현재까지 나온 모든 회의자료에는 수평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고,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피해가 없다는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와있다.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게. 내가 뭐라 그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알겠지?"

"난 지금 수평적 리더십을 하려고 하네! 그러니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자네는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해도 피해가 없네. 난 오늘부터 자네와 신뢰를 쌓을 거기 때문이지!"


어제까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면박을 주고,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듯 조언하고 충고하던 임원이 오늘부터 위와 같이 말하며 나에게 의견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어떻겠나?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지 않나?


우리들에게는 이미 암묵적인 룰이 하나 있다. 

"야! 잘 들어. 이거 완전 꿀팁이야. 전무님이 널 불러. 그래서 방에 들어가고 문을 닫아보라고 하잖아? 그럼 백퍼 정신교육이야. 그럴 때는 절대 '토'달지 말고 '예'만 7번 하면 쉽게 나올 수 있어. 괜히 한 마디 하면 내일 아침에 나올지도 몰라. 알겠지?"


이런 상황인데 오늘부터 난 수평적 리더십을 가질 테니 당신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라고? 날 너무 우습게 봤다.


우리 회사는 절대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없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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