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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ul 05. 2021

아이가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

찐이의통합초등학교 분투기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 아이


찐이는 지적장애이며, 심한 장애 정도를 가지고있다. 올해 특수학교가 아닌 통합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를 선택하기 전, 통합 어린이집 선생님, 수년간 찐이를 봐왔던 인지, 작업 치료 선생님의 조언을 많이 들었다. 찐이는 의사소통은 어렵지만 친구들을 좋아하고, 수업 참여도 적극적이니 통합초등학교에서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의견을 주었다. 깊고, 오랜 고민 끝에 특수학교가 아닌 통합초등학교를 선택했다.


그런데 찐이가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


4월이었나, 아침을 잘 먹여서 등교시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래야 아이의 짜증이 줄어든다면서 말이다.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찐이 아침을 신경 썼다. 너무 신경을 써 내가 소화불량이 걸릴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아이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다. 3월부터 6월까지. 아이는 불안해하며 식당에서 이 선생님 저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엄마에 대해 물었다. 학교는 이 사실을 3개월이 지나서야 부모에게 말했다.


아이는 학교가기를 싫어했다. 학교 이야기만 나와도 불안이 눈에 가득했다. 아이를 안아주고 다독여 매일매일 학교에 가기를 설득했다. 아이는 불안이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네..."라고 대답했다. 내 손을 잡고 천천히 천천히 걸어 매일 아침 학교에 갔다.


학교가 끝나면 할머니 집에 가서 간식을 미친 듯이 먹어댔다.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래도 밥은 잘 먹는다며 좋아했다. 점심을 굶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찐이에게 학교는 불안의 대상이었다. 그 불안감을 견디며 4개월 동안 매일 학교에 갔다. 그 불안을 이겨내고 학교를 다녀낸 찐이가 존경스럽다. 


나를 죽이거나 다치게 할지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매일 9시부터 2시까지 꼭 붙어 생활하라고 하면 어떨까? 나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찐이에게 학교는 그 정도의 불안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찐이의 어려운 행동


실무사가 학교를 잠시 쉬고 있다. 실무사란 장애아동의 학교 생활을 지원해주는 선생님이다. 찐이가 실무사를 너무 때려 정신적인 충격이 컸고, 이로 인해 학교를 쉬고 있단다. 물론 도움반 선생님은 실무사가 쉬는 이유가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지만, 교감은 찐이때문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제일 먼저 생긴 감정은 죄책감. 찐이의 어려운 행동으로 인해 실무사가 심리적 타격을 입었다니 말이다. 미안했다. 할 수만 있다면 실무사 선생님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었다.


뒤이어 든 생각은 학교와 교사는 도대체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나?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 아닌가? 아이가 실무사를 때리는 일이 일어났다고 그냥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면 함께 대책을 강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개별화교육팀은 왜 구성했나? 앞뒤 맥락을 살피고 아이가 실무사에게만 이러는 이유를 분석하고, 대체 행동이나 행동 중재를 했어야 하지 않나?


혹시 장애인이기 때문에 때린다고 생각했나? 만약 그렇다면 장애인 차별에 혐오까지 행한 것이니 학교와 교사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해볼 일이다. 장애인이라고 사람을 그냥 때리지 않는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심각성을 늦게 인지했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학교는 이 일의 책임을 학교 밖에 있는 가정으로 전가했다. 학교는 이 일을 우리이게 알릴 때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인지하지 못했고 제 때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해 죄송하다.

고 먼저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교감의 표정은

너의 아이 때문에 사람 한 명이 심리적인 타격을 입었으나 우리는 너희 아이의 책임을 묻지 않을게.

라고 말하는 듯했다. 내가 너무 민감한가?


찐이가 실무사를 때려, 실무사가 심리적 타격을 입었고, 이로 인해 학교를 쉬고 있다.

이렇게 정리해버리는 학교로 인해 난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에서 찐이의 점심 문제, 통합반에서 찐이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반박하지 못했다. 내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아주 효과적이었다.



통합 교육이란 무엇인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ㆍ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난 교육학의 'ㄱ'도 배운 적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통합교육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


이라 생각한다. 잘 따라오는 아이들만 모아서 효율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느린 아이도 빠른 아이도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똑같다는 인식, 다름을 인식하고 혐오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것, 그것이 통합교육이 아닐까?


찐이는 통합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흔히 우리가 원반이라고 부르는 통합반 담임교사의 말을 한번 모아 보았다.


우리가 욕심을 부렸습니다. 찐이가 수업을 잘 따라올 거라 생각했네요.

장애아동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는 말이다. 통합반을 담당하는 담임 선생님으로서 왜 못따라오는 건지 생각해 본건가? 통합반은 무엇이며, 개별화교육계획은 무엇인가? 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는 조금이라도 있는 건가?


찐이가 엄마를 1분에 한 번씩 찾는 상황에서 정말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어요.

→ 그 방법이라는 것을 들어보니, 수업시간에 떠들면 안 된다는 말을 표현만 바꾼 거였다. 아이의 불안을 공감하거나, 왜 불안한지 이유를 생각해 볼 여유는 전혀 없었나 보다.

(엄마가 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엄마는 곧 올 거야 라고 말하기
(엄마에게 전화 거는 척하면서) 엄마가 곧 오신다고 하네~
(엄마에게 전화 거는 척하면서) 수업 시간에 자꾸 엄마를 찾으면 엄마 안 오신대!

참 여러 가지 방법을 쓰셨다.


찐이도 이렇게 대답을 잘하는 데 너희도 대답을 잘해야지!

→ 아... 이건 완전 차별이다. 비장애 아이들은 교사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배운다.


단 한 번이라도 같은 반 아이들에게 찐이가 우는 이유, 엄마를 찾는 행동을 하는 이유, 실무사 선생님을 때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 적이 있나 싶다. 아니. 없을 거다. 자기도 그 이유를 알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장애인이니 그냥 때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집에서 아이를 너무 맞춰줘서 떼를 쓰는 건 아닐까 해요.

→ 이 말은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찐이의 정서가 이리 불안한 건 아닐까요?

어떤가? 맞는 말인가?


미팅 자리에서는 '교사'라는 이름이 갖는 막연하고도 강한 권위에 밀려 큰 불만을 표시하지 못했다. 그때 하지 못한 말을 글로 정리해서 약간의 분풀이라도 하는 거다. 맞다. 역시 쓰고 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또 한 가지, 분투하고 있는 찐이의 모습과 이에 대응하는 학교의 모습을 절대 잊고 싶지 않았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잊는다.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찐이의 분투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나는.


통합교육의 길은 요원하다. 공교육을 너무 믿었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상황이든 길은 있으니, 찾고 또 찾아본다.


다음 글은 대책을 찾아내는, 적어도 대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쓴 글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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