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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un 12. 2019

명상 瞑想·冥想 Meditation

명상, 그래 너, 좋은 건 알겠어. 그리고 계속할 거야.

명상(瞑想·冥想, Meditation)은 고요히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행위의 측면에서 단순하게 표현하면, 개인이 마음을 운영하거나 훈련시키거나 정신이 평화로운 생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식 모드를 유도하는 관행이다. 명상은 종종 마음을 깨끗이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휴식을 촉진시키거나, 마음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된다. 앉아 있는 동안, (특정한 주문) 만트라를 반복하는 방법이나, 자신의 호흡을 관조하는 방법 등이 있고, 조용한 환경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 할 수 있다.
(출처: 위키백과)


올해 3월부터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했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잡념이 없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느낌은 아직 없다. 그러나 뭔가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도 있었다. 뭐... 더 중요한 건 성공한 사람들이 명상을 다 하더라는 거다. 꼭 해보라는 이야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까지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명상을 잠시 멈췄다.


'마음 보기'라는 어플로 명상을 한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 어플에 여러 명상 코스가 있고 하나씩 달성해 나가며 명상을 하고 있었다. 코스 중 '마음 근육 키우기 2주 코스'의 2일 차, '호흡명상 길게 하기'에서 명상을 멈췄다.


25분 명상. 25분간 눈을 감고 앉아 있어야 했다. 7분, 10분은 가능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그냥 건너뛸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오늘만! 쉬자'라고 생각하고 건너뛴 게 일주일이 넘었다. 더 이상 건너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아침, 25분간의 '호흡명상 길게 하기'에 도전했다.


내가 알람을 맞춰놓은 시각은 3시 53분. 단번에 일어났다. 이빨을 닦고, 면도를 했다. 면도를 하면 왠지 새로운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면도라는 행위를 통해 완전히 잠을 벗어던진 나는 명상에 돌입했다.


이어폰을 꽂고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공기가 답답하고 약간 더운 듯해서 창문도 열어 놓았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4시 10분부터 명상을 시작했다. 내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 코끝의 들숨과 날숨을 느꼈고, 숨을 쉬면서 내 배가 나왔다 들어가는 모습에 집중했다.


그 사람에게 그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젠장

아... 그 일은 맡지 말걸...


이런 생각이 날 잡아가면, '아 그렇구나. 이런 생각이구나'라고 바라보고 자연스레 다시 호흡에 집중했다.


내가 세운 목표가 정말 맞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맞는 건가?

오늘 브런치에 어떤 걸 쓰지?

회사에 가면 커피를 마실까, 레몬 그라스를 마실까?


이런 생각들이 문득 떠오르면, '생각', '생각'이라 이름 붙이고 다시 호흡을 느낀다.



어제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와 아이와 함께 공원을 달렸던 일이 생각나고 이 생각이 날 더 넓은 생각의 세계로 데려간다. 그러면 난 이 생각을 알아차리고,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했다.


평소라면 여기서 명상이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25분은 길었다.


코끝이, 허벅지가 간지럽다.
간지러운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간다.
환기를 너무 했는지 춥다.
'그렇구나'라고 느끼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간다.


'7분짜리 명상이었으면
지금 끝났겠지?'

그래. 결국 여기까지 왔다. 이 생각은 강력했다. 날 사로잡아 버렸다. 생각을 그대로 바라보고, 알아차려봐도 자연스레 다시 호흡으로 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잠을 자는 건지, 명상을 하는 건지 모르는 상태에 놓였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이어폰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내 귀에 꽂히지 않았다.


평소, 내가 다른 생각을 하려 하면 -'AI'와 '블록체인'으로 운용되는 어플인 게 확실하다- 용케 알아채고는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지금 여러분들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알아차립니다. '아 이 생각이구나'라고 말하고, 자연스럽게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말하던 목소리가 뭉개져 들렸다.


그리곤 내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매우 단순해졌다.


'언제 끝나지...'

이 생각과 함께 난 명상을 마쳤다.


기진맥진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몽롱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10일 동안 쟁여 놓았던 25분짜리 명상을 끝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웠다.



밤새워 시험공부를 할 요량으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책상 앞에 앉으면 이런 생각이 잠깐 머리에 스친다.


'그래 침대에 잠깐만 누워서 기지개 한 번만 피자.'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는 거야.'

'어차피 밤샐 거니까.'


이런 생각으로 눕는 순간, 아침이 날 맞이한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이 기분을 맛보았다.

명상을 끝낸 그 자리에 잠깐 누웠다. 아침 햇살이 날 깨웠다.


내일은 7분만 내면을 들여다봐야겠다.

오늘 너무 깊이 날 들여다본 것 같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명상도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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