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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un 25. 2019

스크립트를 써야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척할 수 있다.

아무리 얄팍해도 이건 해야 한다.

맥주를 한 잔 하던 중, 동기형이 나에게 물었다.

동기형: 넌 PT 잘해서 좋겠다.

나: 에이...  무슨. 그냥 하는 거지.

동기형: 아니야. 너 잘하잖아. 어떻게 그렇게 잘해?

나: 음... 내 생각엔 무조건 경험인 것 같아

동기형: 경험?

나: 응. 경험. 경험 많이 하면 무조건 느는 것 같아.

동기형: 그것도 그렇지만 내 생각엔 타고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말빨'도 그렇고, 분위기, 순발력, 목소리, 태도 같은 건 타고나는 것 같은데?

나: 형도 목소리 좋잖아.

동기형: 근데 나는 '말빨'이 안되잖아. 넌 '말빨'이 좋으니까.




말빨 좋은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말빨이 안 좋아서... 영영 프레젠테이션을 잘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난 말빨은 프레젠테이션과 1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말빨이 필요한 건 술자리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싶은 경우 필수조건이다. 또 말빨이 필요한 건 말싸움이다. 말싸움에서 말빨은 승부를 좌우한다. 술자리에서 말싸움을 하는 상황이라면 말빨이 최고로 필요한 순간이 되겠다.


어쨌든, 술을 마시고 프레젠테이션을 하지는 않는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 말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도 없다. 그러므로 말빨과 프레젠테이션과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난 단언한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대화로 돌아가 보자.




나: 말빨?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연습이랑 경험으로 무조건 다 되는 건데... 프레젠테이션에 말빨이 모가 중요해.

동기형: 말빨이 왜 안 중요해? 난 너무 중요한 것 같은데, 너 그때 피티 요청 하루 전날 받았잖아. 너 엄청 잘했다고 하더만. 넌 말빨이 좋으니, '툭' 치면 피티가 '톡' 하고 튀어나오는 거잖아. 그건 타고 난거지.

나: 무슨 소리야. 나 그날 교육 끝나고 카페 가서 2시간 동안 스크립트 썼어. 교육 있는 날이라 집에 일찍 간다고 아내와 애들한테 다 말해 놨는데... 늦는다고 해서 다들 얼마나 실망했는데!

동기형: 뭐? 정말? 스크립트를 쓴다고?



필수 조건 1. 스크립트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 스크립트 작성은 필수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일수록 더욱 그렇다. 스크립트를 작성하면 3가지를 충족할 수 있다. 이는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1) 논리적 배열이 가능해진다.

논리적이지 않으면 모든 프레젠테이션은 실패다.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만 논리가 필요한 거 아니냐고? 아니다. 정보를 전달하든, 설득을 하든 마찬가지다. 논리적이지 않으면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근거가 논리적이지 않으면 당연히 설득도 할 수 없다. 스크립트를 작성하지 않으면 장표를 설명할 때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마치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나 팀장님 주재 회의처럼 말이다.


(2) 올바르고 풍부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적절한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음...', '아...', '에...' 같은 의성어(?)를 중간이 자주 집어넣게 된다. 또한 자신이 편한 단어만 계속 반복하게 된다. 이는 프레젠테이션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스크립트를 작성하면 정제된 단어를 미리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단어가 팍팍 생각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3) 뒤 슬라이드와의 연결이 매끄러워진다.

뒤 슬라이드와 연결이 중요하다고 이전 화에 말했다. 이를 극대화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크립트이다. 스크립트를 뒤 슬라이드와의 연결을 고민해서 작성한다면 발표 시 뒤 슬라이드가 마구 마구 생각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 그럼. 난 스크립트를 안 쓴 적이 없는데.

동기형: 우와... 난 정말 몰랐어. 난 한 번도 쓴 적 없거든.

나: 스크립트는 필수야. 무조건 써야 해.

동기형: 그렇구나. 그냥 하는 게 아니었구나.

나: 그렇지.

동기형: 연습은 많이 안 하지?

나: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 경쟁 프레젠테이션 같은 경우에는 연습 정말 많이 해. 작은 설명회 같은 건 연습 안 하고 갈 때도 있고. 근데, 연습을 많이 한 게 훨씬 잘 되더라고.

동기형: 그래? 난 연습하면 더 안되던데. 김 차장님도 연습하면 더 안된다고 연습 안 하더라고.

나: 그럴 리가...



필수조건 2. 연습

좋은 프레젠테이션은 연습이 좌우한다. 연습의 효과는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타고나는 것이라 한다. 난 헛소리라 생각한다. 한 번이라도 더 연습을 할수록 좋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 아내나 아이들의 앞에서 해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하나 주의할 점은 스크립트를 달달 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성한 스크립트를 가지고 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해야 한다. 모두 외워서 한다면, 외운 단어를 긴장감이 먹어 치워 생각나지 않을 때,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최소 10번 정도 연습을 하고 간다. 15분 PT라면 10번 연습은 200분에 해당하는 꽤 긴 시간이다. 이전 화에서 말했듯이 PT의 앞부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연습한다.  




동기형: 막상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하면 긴장이 너무 되더라고. 뭐... 경험도 별로 없긴 하지만 너무 긴장될 것 같아.

나: 연습을 많이 하면 긴장이 덜 되긴 하지. 그렇지만 긴장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나도 아무리 많이 해도 할 때마다 떨리거든.

동기형: 에이... 무슨 소리야. 하나도 안 떠는 것 같은데...

나: 아니야. 매번 떨려. 그래서 경쟁 프레젠테이션 같은 경우는 들어가기 전에 속으로 계속 외쳐.

동기형: 뭘?

나: '나는 최고다.', '내가 여기서 제일 많이 안다',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최고 전문가다.' 이렇게

동기형: ㅋㅋㅋㅋㅋ



필수조건 3. 자기 암시

조금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해보길 바란다. 자기 암시는 정말 중요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물론 너무 건방져 보이면 안 되겠지만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와야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자신감을 갖는 데 자기 암시가 가장 효과가 좋다.


프레젠테이션 시작 3분 전부터 난 속으로 계속 이렇게 되뇐다.


"나는 최고다."
"내가 여기서 제일 많이 안다."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최고 전문가다."
"내가 다 가르쳐 준다."
"나는 최고다."
"나는 최고다."
"나는 최고다."


이렇게 자기 암시를 하고 사람들 앞에 서게 되면 난 이미 최고가 되어 있고, 사람들은 날 최고의 전문가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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