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얄팍해도 이건 해야 한다.
맥주를 한 잔 하던 중, 동기형이 나에게 물었다.
동기형: 넌 PT 잘해서 좋겠다.
나: 에이... 무슨. 그냥 하는 거지.
동기형: 아니야. 너 잘하잖아. 어떻게 그렇게 잘해?
나: 음... 내 생각엔 무조건 경험인 것 같아
동기형: 경험?
나: 응. 경험. 경험 많이 하면 무조건 느는 것 같아.
동기형: 그것도 그렇지만 내 생각엔 타고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말빨'도 그렇고, 분위기, 순발력, 목소리, 태도 같은 건 타고나는 것 같은데?
나: 형도 목소리 좋잖아.
동기형: 근데 나는 '말빨'이 안되잖아. 넌 '말빨'이 좋으니까.
말빨 좋은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
나: 말빨?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연습이랑 경험으로 무조건 다 되는 건데... 프레젠테이션에 말빨이 모가 중요해.
동기형: 말빨이 왜 안 중요해? 난 너무 중요한 것 같은데, 너 그때 피티 요청 하루 전날 받았잖아. 너 엄청 잘했다고 하더만. 넌 말빨이 좋으니, '툭' 치면 피티가 '톡' 하고 튀어나오는 거잖아. 그건 타고 난거지.
나: 무슨 소리야. 나 그날 교육 끝나고 카페 가서 2시간 동안 스크립트 썼어. 교육 있는 날이라 집에 일찍 간다고 아내와 애들한테 다 말해 놨는데... 늦는다고 해서 다들 얼마나 실망했는데!
동기형: 뭐? 정말? 스크립트를 쓴다고?
필수 조건 1. 스크립트
나: 그럼. 난 스크립트를 안 쓴 적이 없는데.
동기형: 우와... 난 정말 몰랐어. 난 한 번도 쓴 적 없거든.
나: 스크립트는 필수야. 무조건 써야 해.
동기형: 그렇구나. 그냥 하는 게 아니었구나.
나: 그렇지.
동기형: 연습은 많이 안 하지?
나: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 경쟁 프레젠테이션 같은 경우에는 연습 정말 많이 해. 작은 설명회 같은 건 연습 안 하고 갈 때도 있고. 근데, 연습을 많이 한 게 훨씬 잘 되더라고.
동기형: 그래? 난 연습하면 더 안되던데. 김 차장님도 연습하면 더 안된다고 연습 안 하더라고.
나: 그럴 리가...
필수조건 2. 연습
동기형: 막상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하면 긴장이 너무 되더라고. 뭐... 경험도 별로 없긴 하지만 너무 긴장될 것 같아.
나: 연습을 많이 하면 긴장이 덜 되긴 하지. 그렇지만 긴장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나도 아무리 많이 해도 할 때마다 떨리거든.
동기형: 에이... 무슨 소리야. 하나도 안 떠는 것 같은데...
나: 아니야. 매번 떨려. 그래서 경쟁 프레젠테이션 같은 경우는 들어가기 전에 속으로 계속 외쳐.
동기형: 뭘?
나: '나는 최고다.', '내가 여기서 제일 많이 안다',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최고 전문가다.' 이렇게
동기형: ㅋㅋㅋㅋㅋ
필수조건 3. 자기 암시
"나는 최고다."
"내가 여기서 제일 많이 안다."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최고 전문가다."
"내가 다 가르쳐 준다."
"나는 최고다."
"나는 최고다."
"나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