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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Aug 30. 2019

10화. '완벽주의자'가 빠지기 쉬운 3가지 함정

완벽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좀 완벽주의자라서요.
○○씨가 좀 완벽주의적인 경향이 있어요.
완벽하지 않으면 찝찝해서요. 하하.


영화 개봉 전, 영화감독이나 배우들은 인터뷰를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간다. 인터뷰를 할 때 배우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완벽주의자라는 말이다.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자

완벽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목표로 하기 전의 난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당연히 보고서 작성은 더뎠고, 보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완벽을 기한 보고서가 한 번에 통과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인간은, 특히 상사라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한 번에 통과시키지 않는다. DNA에 그렇게 세팅이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보고서에 공을 들여도 한 번에 통과될 리 없다.


그렇다면 완벽에 가까운 보고서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 내 평판이 높아졌느냐, 그건 아니다. 낮아지면 낮아졌지 절대 높아지지 않았다. 쓸데없는 고민에, 쓸데없는 수정, 쓸데없는 디테일에 매몰되었다. 작업은 점점 늦어졌다. 보고 타이밍을 놓치고, 중요한 내용을 더 확장하지 못했다. 빠뜨리기도 했다.


사실 보고는 내용과 구성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보고하는 게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임원과 같은 높은 사람에게 보고 한다면, 타이밍은 더욱 중요해진다.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절대 날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 보고를 받으려 자리로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 빨리 들어오라고 카톡을 보낼 수도 없기에 하염없이 똥줄을 태우며 기다리곤 한다.



완벽주의자가 빠지기 쉬운 3가지 함정


완벽에 대한 강박

완벽을 추구한다. 일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스트레스도 없다. 내가 성장함을 느낀다. 이렇게 된다면 완벽에 대한 강박 정도는 가져도 된다. 가질 수 없다면 돈 주고 사서라도 구비해 놔야 한다. 그러나 완벽은 없다. 완벽이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스트레스는 날 함정으로 이끈다.


함정 1. 시작하지 않는다.

매우 좋은 아이템이 있다. 이 아이템을 실행할 계획을 세워 본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계획은 완벽하지 않다. 문제점이 수두룩해 보인다. 딱히 마땅한 대안도 없다. 조금 더 검토에 보아야 한다. 완벽한 계획만이 아이템의 성공을 이끈다. 아직 실행할 단계는 아니다.


계획이라도 짠다면 다행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계획도 세우지 않게 된다. 완벽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 감 때문에 아무런 시도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 이 강박은 사소한 일상으로까지 확장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모든 일에 완벽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만 커지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못하게 된다.


계획은 단지 계획일 뿐이다.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고 실행하지 않는 건 제일 바보 같은 짓이다. 계획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거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시도해 보고 진행해 보다가 계획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해 나가면 된다. 세상에 완벽은 없으며, 계획은 더더욱 그렇다.



함정 2. 일을 끝내지 않고 계속한다.

첫 번째 함정에 빠져버리면 여유가 사라진다. 시작을 하지 않으니 항상 시간에 쫓기게 된다. 여유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불안이 차지하게 된다. 불안하니 일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니 더욱 완벽해 보이지 않는다. '더욱더' 시작하지 못한다. 겨우겨우 시작하더라도 불안하고 초조하다. 일이 잘 될 리 없다. 이 순환 고리에 들어가 있다면 성취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은 정말 많이 하지만 성취가 없는 사람이 있다. 9시, 10시까지 정말 열심히 일을 하지만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완벽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더 완벽한 보고서, 더 완벽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계속 퀄리티를 높이고, 업그레이드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내놓지 않고 늦게 내놓으니 성과가 좋을 리 없다.


'자료를 조금 더 수집해야 해, 아직 보고하면 안 돼'

'관련 통계자료가 부족해. 아직 이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말자'

'관련 서적을 몇 권 더 읽고 시작해야겠어'


이런 생각들을 하며 시작을 늦추고 있다. 그리고 준비만 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늦게 까지 일하며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함정 3.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해로운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실수를 절대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게 완벽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실수는 견디지 못할, 치명적인,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실수를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들은 사소한 부분에 까지 에너지를 쏟는다. 영향이 미비한 것 들까지 신경을 쓰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된다. 항상 고갈된 상태로 일을 처리하니 성과가 좋을 리 없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완벽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못 미치는 성과를 낸다.


모든 일을 소극적으로 처리한다. 항상 위험을 생각하며 위험하지 않을 일만을 한다. 그리고 위험을 없애버리는 방향으로 항상 일을 처리하게 된다. 주도적,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리스크 관리는 중요하다. 이익과 리스크 간의 밸런스를 따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완벽주의자는 보통 리스크를 없애버리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한다. 성공보다 무서운 게 실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 생각한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이분법적 생각이다. 실수를 하면 모든 걸 잃어버린다 생각한다. 그래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아예 일을 하지 않거나, 실수가 발견되면 이를 덮으려 한다. 변명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내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나는 '완벽주의자'인가?

퇴사를 목표로 회사를 다니기 전 나는 해로운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었다. 난 시작을 두려워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놀릴까 봐 '글쓰기 책을 몇 권 읽고 나서 글을 충분히 써 본 후 시작해야겠다'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난 실수를 너무 두려워했다. 실수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면 내가 실수 안 한 척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감출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한 걸로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괴로워했다.


보고서를 쓰면, 완벽한 내용과 구성을 통해 인정받으려 했다. 보고는 점점 늦어졌다. 그리고 항상 불안했다. 틀렸을 까 봐 불안했고, 보고서를 제출하기가 불안했다. 항상 똥줄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난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었던 게 확실하다. 그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퇴사를 목표로 회사를 다니기로 결정한 순간, 완벽주의는 마법처럼 없어졌다. 순간순간 튀어나올 때가 있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 앉힌다. 더 이상 똥줄이 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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