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1일. 처음으로 브런치에 내가 쓴 글을 올렸다. 4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으로 내 글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두었다. 그 글은 나름 장대하고, 단호하고, 선명했다. 1년 뒤인 내 생일, 2019년 10월 31일에 회사를 그만두겠다 선언 비슷한 것을 했다. 뭐... 온갖 친척, 친구를 끌어모아 열댓 명만 구독 중이었기에 그냥 네이버 밴드에 올리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생각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시간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목표로 했던 그 날이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난 그 날 퇴사를 할 수 있는가?
아내가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다. 불면증에 만성 피로, 허리도 아프고 목도 성치 않다. 가슴은 항상 두근거린단다. 사랑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불안감에 심장이 뛰고 있다. 여기에 내 퇴사 타령이 한 몫했다고 한다.
그래. 10월 31일에 퇴사는 힘들다. 퇴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현금흐름이었다. 회사를 다시지 않아도 지금 버는 만큼 벌 수 있어야만 퇴사가 가능하다. 거의 1년간 내가 회사 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6,093원. 네이버 애드포스트에서 벌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554원. 퇴사는 치기 어린 외침뿐이었나라는 자책이 머리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드게임을 만들어 팔아볼 생각도 했었다. 역사 보드게임이었는데 세계관이나 게임 진행 방법을 그려 봤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췄다. 부동산 공부를 해서 지방에 저렴한 소형 아파트에 투자를 해볼까 생각했다. 생각에서 멈췄다. 스마트 스토어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멈췄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수익으로 바꾼 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가진 것이 회사 인간으로서의 재능이었기에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해낸 게 없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는 생각이, 후회가, 자책이 날 부정으로 이끌지 않는다. 기분 나쁜 우울감으로 내몰지 않는다.
꿈을 글로 쓰면 목표가 되고, 그 목표를 쪼개면 계획이 된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고 그 계획을 매일 실천하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날 목표로 이끈다.
할 엘로드는 그의 책 <미라클 모닝>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을 만드는 건 습관이고 그 습관을 통제하지 못하면 습관이 날 통제하게 된다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변한다.'라고 말했다.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은 <원씽>에서 습관이 만들어지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리며 성취는 한 번의 행동이 아닌 습관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탁월한 성과를 가져오는 습관을 강조했다.
66일을 훌쩍 넘긴 약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변화와 노력이 있었다. 5시에 일어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퇴사를 목표로 회사를 다니고, 마음공부를 하고, 공감에 대해 생각하고, 아내를 수용하려 애쓰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려 노력했다.
약간의 슬럼프도 있었고, 약간의 게으름도 있었다. 어떨 때는 꾸역꾸역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러 나갔다. 며칠 간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 경쾌하게 아침 루틴을 실행했다. 30년 동안 내 몸안에 있던 몇몇 나쁜 습관들을 몰아냈다(아직 꼭 몰아내야 할 몇 가지가 남아 있다는 게 문제다. 먹어도 너무 먹는다. 젠장). 그리고 긍정적인 습관이 내 몸과 마음에 들어차게 되었다.
술은 취하도록 밤새 마셔야 하는 물건이라 생각했던 내가 이제 웬만하면 맥주 3잔을 넘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8시에 일어나 겨우겨우 회사에 나가던 내가 4시를 두 번 맞이하는 사람이 되었다.
책을 읽은 척만 했던 내가 매일매일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가족들을 내 생각대로 마음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렸던 내가 조금이나마 아내를 수용하고, 아이를 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상사의 인정을 받고, 승진하기 위해 회사를 다녔던 내가 온전히 나를 위해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1초도 심심한 걸 못 참는 내가 30분간 명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까짓게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내가 '나라고 못할게 뭐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주위에 삶의 목표가 정년이 될 때까지 회사를 무사히 다니는 것인 사람들만 있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주위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습관을 내 몸에 끼워 넣는 데는 어찌어찌 성공한 것 같다. 나름 아침 루틴이라는 것도 만들어졌고 말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