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동기 L
오랜만에 L에게 연락이 왔다. 물어볼 게 있어 연락했다며 미안해했지만, 나는 마냥 반가웠다. L은 과거 나와 사회 초년 생활을 함께한 입사 동기이다. 입사 동기이긴 하나, 우린 나이 차이가 꽤 났기 때문에, 사석에서는 오빠 동생처럼 지냈다.
그녀는 조금 특이했다. 뭐가 특이했냐 물으면 대답하긴 어렵다. 대놓고 특이하진 않지만, 알면 알수록 어딘가 모르게 특이했다. 무슨 느낌인지 알려나…. 그녀에 대한 한 일화가 그 묘한 특이함을 더 잘 설명해 줄지도 모르겠다. L을 생각하면 늘 함께 떠 오르는 일화가 있다.
당시 우리는 동물실험팀이었다. L과 나는 업무에 투입되기 전 실험쥐의 꼬리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채혈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채혈이란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L은 잘하고 있을까? 나는 잠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그가 다루고 있는 쥐가 이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쥐의 꼬리가 이상했다.
‘저게 뭐지?’
가까이 가서 보니, 그건 꼬리가 아니었다. 휴지를 돌돌 말아 꼬리 모양으로 만들어 그 휴지에 바늘을 꽂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OO아,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러자 그녀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답했다.
“쥐가 불쌍해서…. 휴지로 연습하고 있어요.”
나는 잠시 당황했다.
착한 걸까, 모자란 걸까?
저게 연습이 될까?
아무래도 내 동기는 조금 이상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사수 선생님은 굉장히 무서웠다. 그가 저 모습을 보면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나는 사수가 오기 전에 휴지 조각들을 모두 치웠다.
L은 그 뒤로도 주기적으로 특이한 행동을 했는데, 나는 그런 모습이 재밌고 좋았다. 아무래도 나는 어딘가 조금 특이한 사람을 좋아하는 듯하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L과는 길을 달리했다. 직장 동료라는 사이가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그 뒤로 연락이 점차 줄었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이렇게 한 번씩 인사를 해온다. 막상 그 질문이란 걸 보면 딱히 별 내용도 없는데 말이다.
그냥 내 안부가 궁금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