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을 읽고
어미 칠면조는 새끼의 ‘칩칩’ 소리에 자동적인 반응을 보인다. 새끼가 칩칩하고 소리를 내면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소리를 내지 않을 땐 철저히 외면한다.
족제비는 칠면조의 천적이다. 어미 칠면조는 족제비 모형만 보아도 쪼거나 할퀴는 공격성을 보인다. 그런데, 같은 족제비 모형 속에 녹음기를 설치해 새끼 칠면조의 ‘칩칩’소리를 틀면 곧바로 태세를 전환한단. 족제비 모형을 제 새끼인 양 품에 안기까지 한다.
이토록 단순한 반응이 우습지만, 사실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몇 가지 심리학의 법칙에 의해 특정 상황이 주어지면, 우리는 자동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사회심리학자 랭거의 실험을 보면 타인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왜냐하면’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만으로도 승낙률이 30%나 높아졌다. 심지어 왜냐하면 뒤에 의미 없는 이유를 대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예로는 권위의 법칙이란 게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 보이면 복종 혹은 신뢰를 갖게 된다는 법칙이다. 미국의 경우, 병원에서 약을 잘못 투여하는 투여 실수율 12%나 된다. 의사가 잘못된 지시를 내려도 환자는 물론이고 간호사마저 그대로 수행해 버리는 탓이다. 심지어 귀에 넣어야 할 약을 항문에 투여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사기꾼들이 그럴듯한 옷차림과 명함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자 로버트 차알디니는 권위의 법칙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권위자 역시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며, 실제로 전문성을 가진 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설득의 심리학은 제목과 달리,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보다는 이러한 법칙들을 악용하여 이익을 챙기는 사람으로부터 방어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쓴 듯하다. 실제로 한 가지 심리학의 법칙을 설명하고 나면, 그러한 법칙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으로 챕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