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전은 언제나 존재한다.
나는 태생부터 약골이었다.
잔병치레는 기본이고, 어머니는 어린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공부라도 잘했으면 다행이련만, 성적에 있어서도 늘 낙오자였다.
그렇게 내 미래는 뻔히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씩 바뀌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한 심신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만년 약골에 꼴찌였던 내가, 어떻게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건강히 자랐을까?
2020년에 나온 한 논문에 의하면, 난자 채취 시 15~30%는 미성숙 난자 (MI or GV)로 나온다고 한다.
예를 들어 10개의 난자가 채취된다면, 그중 1~3개는 미성숙한 상태로 나온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수정에는 성숙한 난자(MII)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성숙한 난자는 불필요하다.
이는 난임 여성이 많은 난자를 채취하고도 이식 혹은 동결을 많이 못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성숙한 상태로 채취된 그 15~30%의 난자들은 그대로 버려지는 걸까?
음.. 시험관아기 초기에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현재는, 체외 성숙 (In-vitro maturation)이나 활성화 (Activation)를 통해 미성숙한 난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다.
난자가 실제 성숙, 수정되는 과정에서 겪는 화학 및 물리적 반응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특히, 수정률이 낮은 부부에게서 큰 효과를 보았다.
과거의 연구원들은 어떻게 이런 방법들을 생각해 냈을까? 알면 알수록 신기하다. 더불어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내 인생은 '독서와 운동'을 계기로 달라졌다.
다행히도 인생은 한판승 게임이 아니었다.
비록 태생부터 약하고 늘 낙오했지만 패자부활전은 늘 존재했다.
약하고 미성숙한 난자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수정에 이르게까지 한 것처럼, 내게는 독서와 운동이 그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미 성인이 된 후에도 몸과 마음에 큰 성장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성장한다면, 나도 어떤 유용한 것들을 계발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1. Shan, Y., Zhao, H., Zhao, D., Wang, J., Cui, Y., & Bao, H. (2022). Assisted oocyte activation with calcium ionophore improves pregnancy outcomes and offspring safety in infertile patien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iers in Physiology, 2513.
2. Kang, H. J., Lee, S. H., Park, Y. S., Lim, C. K., Ko, D. S., Yang, K. M., & Park, D. W. (2015). Artificial oocyte activation in 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 cycles using testicular sperm in human in vitro fertilization. Clinical and Experimental Reproductive Medicine, 42(2),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