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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Aug 06. 2023

임신은 2인 3각 경기

전원과 손바꿈 그리고 주치의와의 궁합에 대하여


출근길에 늘 지나는 국밥집이 하나 있다.

6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항상 손님이 많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국밥을 꽤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맛이 궁금하여 안 가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잔뜩 기대를 안고 국밥집에 들어섰다.


오래된 맛집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순대 국밥을 주문했는데, 5분도 안되어 나왔다.


뚝배기를 들여다보니 고기와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숟가락을 떠먹어봤는데..


"응..?"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생각처럼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들깨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많이 느끼했다.


아무래도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았다.






갑자기 난임 에세이에 이게 무슨 잡소리일까?


사실은 '아무리 명의라도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예전에 한 지인의 지인이 '잘 하시는 의사선생님'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들어보니 이미 다른 병원에서 시험관을 몇 차례 했지만 임신이 안 되었다고.


마침 우리 병원에는 그런 사람에게 추천해 줄 만한 의사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우리나라 난임의 역사를 함께 하신 분으로, 정말 다양한 케이스를 다루어 보신 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듣기로는 그 주치의와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계속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것은 비단 지인의 얘기만은 아니다.


많은 난임 여성이 주치의와 잘 맞지 않는다며 전원을 고민한다.


만약 골절상으로 병원을 찾을 경우, 우리는 의사의 성격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특별히 불친절하지만 않다면 뼈만 잘 붙여주면 그만이지 않은가.


반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진행할 때는 주치의와의 궁합이 중요하다.


예상컨대, 난임을 겪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주치의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의사의 실력과는 별개로, 이같은 이유로 주치의나 병원을 바꾸기도 한다 (카페에서는 이를 각각 '손바꿈', ‘전원’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궁합이 잘 맞는 주치의를 만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대해서는 누구도 뭐라 명쾌하게 답을 줄 수가 없다.


훌륭한 주치의를 선택했으면 믿고 가는 것이 좋겠지만, 궁합이 안 맞으면 불신이 생길 테고, 불신이 커지면 시험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터.


이런 면에서 보면, 전원과 손바꿈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간혹 주치의를 자주 바꾸는 사람이 있다.


그건 좀 문제가 있다.


임신은 아내와 남편 그리고 주치의가 함께하는 2인 3각 경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서로 간의 호흡과 이해가 중요하다.


짝꿍을 자주 바꾼다면 호흡이 잘 맞을 리 없다.


주치의 선택과 손바꿈은 충분히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오늘 퇴근길에 또 그 국밥집을 지나면서 떠오른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봤다.


비록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지만, 그 식당에는 여전히 손님이 많았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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