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대단한 우리의 일상
새벽 4시 기상
12시까지 글쓰기
12시-14시 달리기
14-20시 독서, 음악감상 및 휴식
21시 취침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작가, <노르웨이의 숲>을 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 루틴이다. 그는 이 생활을 25년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런데 나는 그의 일과를 보며 생각했다.
'할 만한데?'
사회 초년생 시절, 고작 출근 며칠 했을 뿐인데 인생이 두려워졌다. 마지막 울타리인 대학을 나오자,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사회의 냉혹함을 맛봐야 했다. 학생 땐 출퇴근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다. 그저 하루빨리 돈을 벌고 싶었을 뿐. 그런데 이럴 수가, 돈은 없어도 그때가 편했지, 아빠는 어떻게 수십 년을 이렇게 산 걸까? 이제는 나도 어른이지만,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쨌든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그 어려운 출퇴근을 '해낸다'.
직장인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루 6시간씩 글 쓴 것에 대해서는 놀라워하면서, 그보다 혹독한 '9 to 6 루틴'을 수년간 유지한 자신이 대단한 줄은 모른다. 그는 6시간 글을 쓰지만, 우리는 평균 8시간을 일한다. 반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도 끝이 아니다. 요즘은 자기계발에도 소홀할 수 없다. 이들이 모두 내 경쟁 상대라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구체적인 예로, 내 직장 동료이자 마음속 라이벌 K는 학벌도 좋고 일도 잘한다. 퇴근 후엔 헬스까지 한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그야말로 문무를 겸비한 인재이다. 누구는 그를 이토록 흠모하건만, 정작 그는 자기 삶이 덧없고 노예처럼 느껴진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러한 패배주의는 직장인 사이에서 역병처럼 퍼져있다.
입사 후 첫 회식 때, 모두가 만취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 역시 술도 덜 깬 상태로 출근했다. 분명 몇 명은 못 나오리라 확신했다. 그런데 속속 나타나더니, 출근 시간인 7시 30분이 되자, 한 명도 빠짐없이 출근한 것이 아닌가! 다들 상태는 좀비에 가까웠지만, 모두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게다가 어떤 업무상 실수도 발생하지 않았다. 장담컨대, 이건 무라카미 하루키도 못 한다.
그러니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매일 매일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지. 노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성실함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