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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문제인 걸까, 내가 문제인 걸까

1부-내향인의 직장생활

by 무민

그 일이 있은 후로, 출근길은 지옥이 되었다.

매일아침 그저 아무 일 없이 하루가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나는 팀장님 얼굴을 보기가 무서워 자꾸만 피했다.

괜히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올랐고,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숨듯 방향을 틀었다.


나를 쳐다보는 팀장님의 어색하고 탐탁지 않은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도, 결국 '다 내 탓이겠지' 싶었다.

어쩌면 팀장님의 말이 다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런 거면 어떡하지? 나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더 잘해보려 애쓰면 애쓸수록 더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절망에 빠졌다.


그런 내가 스스로도 너무 한심했다.

누군가에게는 한참 지나갔을지도 모를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여전히 휩쓸리고 있었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고 느껴졌고, 더는 혼자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병원으로 향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 마음들을 모두 내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병원이 마치 마지막구원의 손길이라도 된 듯,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아서 그동안 꾹 눌러 담았던 말을 꺼냈다.


“요즘 아무 의욕이 없어요. 무기력해서 옷 갈아입는 것조차 힘들고요.”

한마디를 꺼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울면서도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졌지만, 속은 후련했다.

.

.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마음 한구석이 늘 무겁고.. 뭔가 현실감각이 없어진 느낌이에요”

선생님은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

.


정말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애초에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는 이 세상이 조금은 잘못된 건 아닐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이 질문을 붙든 채,

나는 조심스럽게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더 내려갈 곳은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깜깜한 벽을 더듬으며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날의 기록 중>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할까 봐 늘 두렵다.


누군가가 조금만 차갑게 대한 것 같으면 내가 뭘 실수했나 싶어 수십 번을 곱씹는다.


요즘은 그냥 언제든 아파서 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부모님도 이런 내 모습을 안다면 나 같은 걸 부끄러워하실지도 모른다.


기분이 좋은 순간도 가끔 있지만, 그마저도 나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차라리 우울한 게 편하다. 이게 원래의 내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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