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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것 말고, 살아보려 한다

1부-내향인의 직장생활

by 무민

그렇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약도 복용해 보았고, 한 회기당 10만 원씩하는 심리상담도 몇 차례 받았다.

(지금생각해 보면 돈이 좀 아깝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방법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다. 직장생활자체가 나와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인데, 그런 식으로 극복될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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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 나는 퇴근 후, 늘 단골 카페로 향했다. 커피를 시켜 놓고 자리를 잡은 뒤, 회사 밖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책을 읽었다.

'나는 그래서, 뭘 할 수 있을까.'

매일을 그런 질문으로 시간을 보냈다.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 질문을 계속 떠올리는 것 자체가 쓰러져가는 나를 붙잡아주는 것 같았다.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무기력함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희망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 이 우울이 평생 지속될 수는 없다고 믿고 싶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잠시라도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기에,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출퇴근길에는 늘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들었다. 언젠가 내 알고리즘에 나타나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어떤 상담보다 나를 일깨워주는 느낌이었다.


스님의 말투나 표현 방식이 다소 단호하고 직설적일 때도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통찰은 내 마음의 울퉁불퉁한 면을 조심스럽게 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들었던 사연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이 있다.


대기업에 취직한 어느 여성이 직장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울먹이며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 울음 섞인 사연을 쭉 들은 후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회사 못 나오는 건 욕심이에요.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죠. 무슨일이든 밥 못 벌어먹고 살겠어요? 지위든 자존심이든, 놓기 싫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그게 바로 욕심입니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데, 욕심이라니.

그런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다 보니, 스님의 말이 조금씩 이해됐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너무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직장을 때려치운다는 것은 내 선택지에 없었다. 사회적 시선, 불안한 미래, 부모님의 걱정… 그런 것들에 가려져 내 진짜 마음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그림? 글쓰기?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뭐든 해보고 싶었다.
직장생활이 내게 얼마나 벅찼는지, 그 시절의 나는 회사 바깥의 모든 일이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절박했다.

마음처럼 정돈되지 않은 자취방 한구석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닥치는 대로 검색했다.
이런 일은 어떨까, 저런 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나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숨이 조금 쉬어졌다.

그즈음엔, 이미 마음은 회사 밖에 가 있었다.
뭐, 내일 당장이라도 그만두면 그만이지—라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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