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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없다는 말이 가장 아팠다

1부-내향인의 직장생활

by 무민 Mar 29. 2025

싹싹하고, 눈치 빠르고,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신입 때는 그런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그럴만한 ‘깜냥’이 없었다.
내 성향이 그렇기도 했고, 사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괜히 나섰다가 일을 망칠까 봐 조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했고,
그렇다고 맡은 일만 하기엔 또 소극적인 사람처럼 보일까 봐 불안해하며 이리저리 눈치만 살폈다.

이곳은 알아서 나의 몫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어디든 그랬겠지.

마치 모두가
“알아서 살아남아 봐. 나도 내 일로 벅차니까.”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이 힘듦이 나만의 피해망상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입사한 지  달쯤 되었을 무렵,
팀장님이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나는 사실 널 뽑은 걸 너무 후회한다. 처음엔 좋게 봤는데.."

그 말 한마디에, 몸이 굳었다.
팀장님은 말을 이어갔다.

"난 네가  일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표정은 맨날 죽상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맨날 그렇게 하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도 몰라, 모르니까 이러고 있지...!'

속으로 외칠 뿐이었다.

"너보다 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이 한 번의 기회를 잡으려고 줄을 서 있. 이전 사람은 얼마나 똑 부러졌는지 아니?"
"사회초년생은 실력보다 태도가 중요한 법인데, 너는 전혀 열정이 없어 보여. 그런 태도로는 어딜 가든 눈밖에 나."

.

.

열정이 없고싶어서 없는것은 아닌데,

나도 그 열정이라는 감정, 정말 느끼고싶은데.

그럼 내가 이때까지 열정도 없는 일을 위해 이렇게 달려온걸까?도대체 언제부터 잘못된거지?

.

.
참고 싶었는데, 울지 않으려 애썼는데.
목 끝까지 차오른 감정을 끝내 삼키지 못했다.
마치 내가 이곳에 입사하기 전 그 느낌처럼,

이 사회에 또다시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어디 가서든 이런 취급을 받겠지

..

나는 자신이 없다.


날 이후로, 내 마음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계속해서 곱씹고, 되돌아 생각해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움츠러들기만 했다.

사무실의 모든 직원들이 나를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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