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내향인의 직장생활
나에게 점심시간은 휴식시간이 아니었다.
다들 같은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웃기게도 나에겐 이 시간 또한 일의 연장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식사를 마치고 나면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잠깐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내가 있었던 부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마치 규칙처럼 다 같이 밥을 먹고 일어나서, 사무실 근처를 산책했다.
사실 누군들 혼자 있고 싶지 않았을까, 이것 또한 사회생활인지라 받아들여야지 어쩔 수 있겠는가?
그렇게 다 같이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서로 재미없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어디에 새로운 맛집이 생겼다거나, 주말에 어떤 영화를 봤다거나 하는 사소한 잡담이 오갔다.
그런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려고 늘 노력했다.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순간순간 의식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편하게 시간을 보내보려 마음먹어도, 업무시간과 동일한 긴장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끝나면 몸은 더 무겁고 마음은 더 지쳐 있었다.
사실 내가 이 회사를 좋아했다면, 아니면 내 상태가 조금 더 괜찮았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일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을 테니까.
어쩌면 나는 애초에 이런 일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