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점심시간이 피곤한 이유

1부-내향인의 직장생활

by 무민 Mar 21. 2025

나에게 점심시간은 휴식시간이 아니었다.

다들 같은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웃기게도 나에겐 이 시간 또한 일의 연장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식사를 마치고 나면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잠깐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내가 있었던 부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마치 규칙처럼 다 같이 밥을 먹고 일어나서, 사무실 근처를 산책했다.

사실 누군들 혼자 있고 싶지 않았을까, 이것 또한 사회생활인지라 받아들여야지 어쩔 수 있겠는가?


그렇게 다 같이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서로 재미없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어디에 새로운 맛집이 생겼다거나, 주말에 어떤 영화를 봤다거나 하는 사소한 잡담이 오갔다.

그런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려고 늘 노력했다.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순간순간 의식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편하게 시간을 보내보려 마음먹어도, 업무시간과 동일한 긴장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래점심시간이 끝나면 몸은 더 무겁고 마음은 더 지쳐 있었다.


사실 내가 이 회사를 좋아했다면, 아니면 내 상태가 조금 더 괜찮았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일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을 테니까.


어쩌면 나는 애초에 이런 일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03화 그날, 면접장에 앉아있던 사람은 나였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