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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므강 Jul 29. 2023

#8 애매모호한 경계

애매모호한 경계

 희망과 절망의 경계가 모호한 순간. 나쁜 일인데 좋은 일인 그런 앞뒤 없는 경우처럼 구분이 사라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가게 앞에서 건설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대로변 건너에 대단지 아파트가 공사 중인데 시공사 사무실이 우리 가게 뒤편인 상가 안쪽에 있다. 건물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으니 대로변에 자리 잡은 것이고 하필 그 자리가 우리 가게 바로 앞이었다. 촘촘히 선 수십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길을 막았다. 우리 가게를 멀리서 볼 수 없게 플래카드로 가렸다. 스피커의 울부짖음은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을 지울 정도로 시끄러웠다. 간혹 들어오는 손님들은 어떡하냐며 아내를 불쌍해했다. 직접 그들에게 시끄럽다고 말도 하고 경찰에 소음신고도 해봤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이 매일 점심시간까지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우리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르긴 했나 보다. 세상이 어떻게든 우리를 망하게 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단골손님이 된 관련 시공사 직원에 따르면 이번 집회만큼은 회사에서 받아줄 의향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선에서 받아주고 끝났는데 그게 반복되다 보니 자꾸만 요구사항이 많아졌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전해주며 직원은 안쓰럽고 걱정된다는 말을 이어 붙였다.

 

 그 선을 왜 하필 이번 집회에 그었을까. 안되려면 뭘 하든 안 되는 거구나. 보통의 건설집회가 새벽에 진행되는데 하필 우리 가게 앞 집회는 그런 사정을 담고 점심까지 이어졌다. 아내가 집회 사진까지 보내주며 전화로 울먹인다. 밖에서, 안에서 우리 가게가 지워지고 있었다.


 근무 중에 받은 아내의 전화에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우리에게 희망은 사치였구나. 결국 이대로 주저앉겠구나, 비참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집회는 한, 두 달로 끝나지 않겠지.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전화를 걸어봤다.


"여보, 나 퇴근이야."

"고생했다. 여보, 여보 지금 얼마게?"


 아내의 목소리가 밝고 생기가 돌았다. 여태까지 아내 걱정에 심란했던 마음이 허탈하게 진정됐다.


"오늘 손님이 좀 있었나 보네? 자신 있게 묻는 거 보니까?"

"그 집회 사람들이 끝나고 우르르 몰려오더라고. 그래서 몰아치기 한바탕 했지."


 집회를 하며 주변에 가는 피해를 의식했던 모양이다. 우리 가게를 비롯해서 맞은편 카페까지 집회가 끝나고 여기저기 나눠 들어왔다고 한다. 대체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며 서로의 정의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래도 저 집회는 우리에게 희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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